동양탄소 고문 황규광씨의

 히말라야 트레킹 ⑪

 안나푸르나ㆍ칼리계곡

98년 10월27일(화)ㆍ 마지막날

 오늘은 이번 트레킹을 시작한지 13일째 되는 날이며

트레킹 마지막날이기도 하다. 베니를 떠나 바구룽(1,050m)까지 가는 날이다.

 아침 6시의 기온은 17℃이고 어젯밤 그렇게 퍼붓던 비는 그치고 좋은 날씨다.

 아침 8시에 베니를 출발하여 마지막 체크포스트를 지나 맥디 콜라강의

100m나 되는 긴 현수교를 건넜다.

이 강도 200m 아래에서 칼리 간다키강에 합류한다.

곧이어 샤울리 바잘마을에 도착했다.

이 샤울리라는 마을 이름은 여러곳에 있으며 초가집이라는 뜻이다.

뒤돌아 보니 다울라기리 Ⅰ봉의 왼쪽에 Ⅱ봉, Ⅲ봉 그리고 추렌 히말이 보인다.

 오전 8시35분 Mr 셀파가 김미경 대원과 혜성스님을 찾으러 윗길쪽으로

뛰어 올라갔다. 선행한 두 사람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나는 혼자 칼리 간다키 강변을 따라 내려갔다.

이제 강폭은 200∼300m로 넓어지고 강물은 소용돌이 치면서 흐르고 있다.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휴식처에는 큰 보리수 나무가 가지를 넓게 뻗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강 저쪽에는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느리게 가고 있다.

 오전 9시30분 라운가운 마을의 보리수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Mr 셀파등

일행이 나타났다. 약 1시간 혼자 걸은 것이다.

이 1시간 동안은 지난 12일간의 트레킹을 회상하면서 강가를 따라 내려왔다.

 깐짜가 말을 못하게 되었다. 입은 움직이고 있으나 가느다란 쉰 소리만

나올 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태가 좋았는데 또 나빠졌다.

 오전 10시52분 왼쪽에 긴 현수교가 나타났으나 그대로 지나가고 11시20분(885m, 25℃)에는 뒤쪽에 다울라기리의 왼쪽 연봉(連峰)들이 다시 보인다.

 부근에도 바훈족, 마가르족, 체트리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바훈족은 부라만족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는 인도ㆍ아리아계로서

승려 계급으로 사제역할을 하는 제일 높은 카스트의 종족이지만

대부분의 바훈족은 저지대 또는 골짜기에 살고 있으며 농삿일을 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인도 평원으로 침입함으로써 쫓겨나 12세기 이후에 네팔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내리막길이 다시 오르막길로 바뀌더니 돌계단의 긴 길이 나타난다.

300계단은 더 되는 것 같다. 12시10분에는 고도 1,040m(29℃)까지 올라왔다.

칼리 칸다키강은 저 밑에서 흐르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야지 하면서 걸었다.

 12시23분에 바그룽의 윗 마을 (1,050m, 28℃)에 도착했는데 이 곳에서도

한국의 공장에서 근무한 일이 있는 네팔 젊은이를 만났다.

 이것으로 우리들의 총 13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끝났다.

 지난 13일간 수많은 강과 마을을 지났으며 높고 아름다운 산들을 매일 보면서 걸었다. 그리고 순박하고 친절한 산간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안나푸르나 히말 트레킹도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 히말 트레킹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트레킹 코스이다.

 이곳에서 그동안 정이 들었던 쿡, 키칭보이, 포터 그리고 깐짜와도

아쉬운 작별을 했다.

 오후 1시40분 택시편으로 바구룽을 떠나 1시간25분만에 포카라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