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청소년문제연구소」는 지난 2월 「청소년 생활실태와 의식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교사와 상담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100명중 2명에 그쳤다. 요즘 학생들의 제일 큰 고민은 「진로」와 「성적」이라고 한다. 진로와 성적에 관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와의 대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그 관계는 대화를 통해서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는 여러가지 이유로 가로막혀 있다. 일단 학생들은 교사를 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학교현장의 경직된 분위기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40~50여명의 학생들, 수많은 잡무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여유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우리 주변에는 학생들과 마음으로 만나고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현관씨(40ㆍ부평4동)는 담임교사가 여름방학때 아이에게 엽서를 보내준데 대해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 엽서에는 아이를 1학기 동안 관찰하고 느낀 이야기와 교사의 근황이 실려있었고, 그것을 받아본 아이가 너무나 기뻐했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학생을 세심히 관찰하고 교사가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노력에 작은 감동을 느낀 것이다.

 다양한 학급 행사를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도 중요하다. 이명재교사(31ㆍ북인천여중)는 2주에 한번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고 두달에 한번 반 단합대회와 등산을 통해 학생들과 한몸이 되어 땀냄새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끈끈한 관계를 토대로 정기적인 집단 상담과 개별 상담 그리고 모둠일기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명재 교사는 학생들과 허물없이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바빠도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정해서 꼭 지키는 교사도 있다. 용현여중의 조효준교사(36)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농구를 하고 1주에 한번씩 모둠별로 방과후에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노래경연대회도 하면서 학생들과 벽이 없는 만남을 형성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 도는 씁쓸한 농담이 하나 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은 교과 지도와 생활 지도인데 요즘 아이들은 지식은 학원에서, 생활은 TV에서 배우기 때문에 학교가 학생들에게 왕따당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낮동안 아이들을 잡아두는 수용소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 학교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교실에서 대화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정말로 현실이 되는 것이다.

 40명이 넘는 학생들 그리고 각종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의 하루는 고달프다. 하지만 사회가 산업화ㆍ개인화 되어갈수록 학교에서는 「인간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학생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표현,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대화는 교사가 해야 할 일의 전부는 아니어도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김형선ㆍ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