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로 편집부국장

  지난 19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김성호의원 등 여,야 의원 31명이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언론정보학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분권국민운동 등 7개 언론관련 단체가 1년 넘게 고심해 온 끝에 마련한 것이며, 그 과정과 법안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온 것이어서 새삼스런 것이 아니었다.
 이제 이 법안과 9월 22일 고흥길의원등 한나라당 의원 17명이 먼저 제출한 ‘지방언론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비교, 검토해 현실에 맞게, 그리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정, 절충해 입법하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조정의 핵심은 어떤 대상과 기준을 정해 지원할 것인가 였다. 그간 이 대목에 대한 논의가 공청회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전개돼 왔는데 주로 자본의 건전성 및 경영투명성, 편집권의 자율성 등 지역신문의 엄격한 내적 개혁을 통해 지역의 공기(公器)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이 법안의 제출을 놓고 20일자에 느닷없이 ‘총선용 지방언론 무마책 논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원대상 신문의 상당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호남 지역 신문인 것으로 알려져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이 지역의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선심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다음날자 사설에도 ‘지방언론 정부지원 의도 뭔가’를 제목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권언유착을 조장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입맛에 맞는 지방신문을 골라 특혜를 주려 한다는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썼다.
 지난해초 전국의 지방신문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지역언론지원법안의 추진 배경을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이같은 동아일보의 왜곡된 기사와 사설에 논리적인 반박을 제기하기 앞서 ‘참담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번째 이유는, 오랜 세월 부와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사회의 기형적 언론환경 속에서 지방신문 종사자들이 격어온 고뇌와 고통, 소외에 대해 일말의 고민의 흔적은 커녕, 이들의 노력을 ‘정부의 입맛’, ‘권언유착의 악법’등의 용어로 농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지방신문의 위기에는 동아일보등 ‘주류’신문들의 무가지 살포와 자전거, 비데 등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인 물량공세가 한몫 차지하고있다. ‘중앙종속형 시장경제’ 하의 열악한 광고시장을 배경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해 머리를 싸메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지역신문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안중에 없다.
 두번째로는 생존마져 위협받을 만큼 심각한 지방신문의 문제 마저도 예의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인’ 계산으로만 바라보고 있는데 대한 놀라움에서다. “총선을 앞두고 무마용으로 법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지방지의 실상과 절규, 그리고 법안의 논의 과정을 모르거나 도외시한, 그리고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잘못된 현실인식에 기인한다. “지방언론이 활성화되지 않고는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도 ‘공포 후 3개월 경과후 시행’으로 명시,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지원하라는 것인데 그때는 왜 가만히 있었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명백한 오보에서다. “지원대상 상당수가 호남지역 신문으로 알려져”라는 것은 사실과 한참 다르다.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에 호남지역 신문 관계자는 전혀 주축이 아니였으며 전국의 지방지들이 이 과정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타 지역 지방신문들과 언론단체들이 특정지역 편향 지원을 좌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도한, 그리고 장기적인 중앙집권적 정치 사회체제의 폐해로 지방과 지역언론의 가치와 위상이 심각하게 훼손돼, 이에 대한 각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방분권과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국민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지역 언론의 몸부림에 중앙의 언론이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