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노인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 하였다.
  “무슨일로 오셨나요?” “집을 팔려고 내 놓았는데 아직 매매가 없어 언제쯤 팔리겠는가 하구요”
 매매운 같은 것은 주역괘로 뽑아보면 아주 정확히 나오는터라 일심으로 기도하고 서(筮)를 하니 뇌수해(雷水解괘 5효)가 나왔다. 解괘는 그동안의 어려움이 풀어진다는 괘상이고, 5효는 ‘군자유유해(君子維有解), 길(吉), 유부우소인(有孚于小人)’, 즉 군자가 묶인 것을 풀어 버림이 있으면 길하니 소인은 믿고 물러 가리라. 효사의 내용을 좀더 쉽게 풀이하면 처음에는 어려운 곡절이 있으나 어려움이 해소됨을 금방 알 수 있기에, “조만간 집이 팔릴것이니 걱정안하셔도 되겠어요. 그런데 효사에 보면 그동안 어려운 곡절이 있다고 나왔는데 혹시 무슨일은 없었나요?”하고 물으니, “68년 7월 1일 오전 6시 우리 아들 사주라오”하면서 불러주는데, 종이위에 적고 보니 5년전 운이 大運과 歲運이 아주 불길하였다.
 “혹시 아드님이 기묘년에 교통사고 같은 것이?” 하고 물으니, 부모는 땅속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지 5년 전 끔찍했던 기억으로 잠시 표정에 경련이 일었다.
 옛 속담에 ‘큰 재난을 만났어도 죽지 않으면 반드시 훗날에 복이 있다(大難不死, 必有後福)’는 말이 있다. 여기서 ‘큰 재난’이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고, 예컨대 선박의 침몰이나 비행기 추락사고 요즘하는 말로 ‘인명은 자동차에 달렸다’는 식의 자동차 사고 등 생명을 잃는 재난을 말한다. 사람이 이런 큰 재난을 겪고서도 살아날 수 있다면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명운에는 生이 있으면 반드시 死가 있다. 언제 일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은 생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데 이러한 것 까지를 모두 재난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살만큼 살다 가는 것을 우리는 천수라고 하고 어떠한 사고 등에 의해 죽는 것을 바로 ‘재난’이라 한다. 천수야 어쩌지 못하지만 운을 미리 안다면 뜻하지 않은 돌발사고쯤은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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