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사회에서 비정치적인 용어로써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SK일 게다. 일반회사에서 뿐더러 가족 단위의 만남에서도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대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시민들이 SK와이번스의 활약에 열광하는 것은 야구의 묘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역연고 스포츠가 다 그렇듯 연고팀이 잘 하면 비례해 지역위상 뿐 아니라 시민으로써의 자긍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스포츠는 점차 단순 이벤트로만 그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확대되는 추세이다. 성공한 선수와 단체는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한일월드컵 때도 실감한 일이지만 지난달 일본열도에 분 '호시노이즘’ 열풍도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 프로야구 만년 최하위팀이었던 한신 타이거스가 ‘호시노 세니치’ 감독을 영입한 지 2년만인 올해 지구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일본 전역이 ‘한신타이거스 신드롬’으로 들끓었다. 한신타이거스의 본거지인 오사카는 연일 축제 분위기였고 경제계는 장기불황 늪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를 회생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개별기업들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구단을 개혁한 이른바 ‘호시노이즘’을 배어야 한다며 극성이었다.
 지나치게 호들갑스럽다고 넘겨 벌릴 수도 있지만 비록 지역 단위의 작은 행사에서조차 성공사례를 찾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본인의 현장중시 사고만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한신타이거스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 SK와이번스의 성공이다.
 창단한 지 채 4년밖에 안된 SK는 지난해까지 하위권을 맴돌다 올해 패넌트레이스 4위로 올라서더니 급기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성과를 일궈냈다. 역대 2번째라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5연승의 기록도 남겼다.
 근자에 이룬 가장 한국적인 성공사례라 평을 받는 SK의 돌풍 비결로 스포츠 전문가들은 데이터 야구를 표방한 조범현감독의 리더십과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 관중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경영용어를 빌린다면 전문경영인(조감독)은 투자자(구단)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나와 경쟁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데이터 야구)을 토대로 선수 영입 등 적재적소의 개혁과 투자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최고조로 높인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동원, SK식 야구라는 상품 판매(관중 동원)에도 성공을 거둔 셈이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SK의 이런 성공 이유를 놓고 그 정도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빈정될 지도 모른다. 분명 기업이 투자와 자기분석을 중시해야 함은 경영의 기본이다. 그렇다고 실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지역 뿐 아니라 국내만 해도 경영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기업은 수두룩하다. 눈을 정치, 행정, 일반가정으로 돌려 보면 부실의 정도는 더 심각하다.
 최근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대통령 재신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대통령에게만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정치권이 3류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철저한 자기분석을 토대로 우선 나부터 문제를 보완하고 장점을 살린 뒤 정치권을 껴안고 목표로 매진해 가야 하는 것이 새 대통령에 기대했던 리더십이 아니던가.  이런 점에서 재신임 발표는 자기실패의 또 다른 표현방식에 불과한 것이다. 행정의 정점이 이 모양이니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말이 아니라 우리식 현장의 성공사례를 찾아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중요함은 이 때문이다.
  ‘기필코 우승하여 球都 인천의 명예를 회복하겠습니다’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직후 선수단 앞에 내건 프랭카드 문구는 인천인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는 이식(移植)된 팀이라는 서먹서먹함을 털어 버리고 좀더 열광해 보자. 그리고 지역사회가 한번쯤 ‘조범현이즘’ 배우기 열풍에 휩싸여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