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영ㆍ정조때 활약한 저명한 실학자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ㆍ1731∼1783)을 그린 그림이 중국에서 발견됐다.

 한ㆍ중 교류사 전공인 박현규 순천향대 중문과 교수는 최근 중국 북경대선실본에서 영조 42년(1766ㆍ건륭 31년) 북경을 방문한 홍대용을 비롯한 조선외교사절단과 주고 받은 시문과 서찰 등을 중국인이 기록한 「일하제금합집(日下題襟合集)」을 찾아내 23일 공개했다.

 이 책은 중국 남쪽지방인 항주에서 북경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에 마침 북경에 머물고 있던 홍대용 일행과 교유했던 엄성(嚴誠)이라는 항주 문인이 남긴 것으로, 특히 여기에는 홍대용을 비롯한 조선외교사절 6명의 화상이 인물평과 함께 들어 있다.

 홍대용은 당시 외교사절단 서장관이던 삼촌 홍억(洪檍)을 따라 북경을 방문했다가 사절단 정사 순의군(順義君) 이훤(李煊)의 군관 이기성(李基聖)의 소개로 엄성을 비롯한 항주 문인들과 교유를 갖게 됐다.

 초상화가 남겨진 인물은 홍대용을 비롯해 홍억, 이훤, 이기성 외에 사절단 부사였던 참판 김선행(金善行)과 그의 사촌동생 김재행(金在行)이다.

 지금까지 홍대용 초상화는 동국대 김태준 교수가 「홍대용 평전」(1987ㆍ민음사)에서 이번에 중국에서 발견된 화상과 같은 것을 소개한 적이 있을 뿐이며 그나마 원본을 다시 베낀 모사본인데다 필체가 흐릿해 세밀한 얼굴묘사 등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박교수가 찾아낸 이 화상은 유복(儒服)을 걸친 채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소맷자락 안에 넣은 홍대용을 그린 것으로 「홍고사대용」(洪高士大容-고사는 높은 선비라는 뜻)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으며 무엇보다 보존상태가 완벽해 온화한 듯한 그의 얼굴 표정까지 또렷이 읽을 수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