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경 정치2부장
 지난 1년여간 취재차 고향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출신 여성들을 두루 만날 기회가 있었다.
 모두 인천에서 태어난 토박이 인천인은 아니지만, 초등부터 고교까지 혹은 고교를 인천에서 다녀 인천인이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교육자로, 공무원으로, 사업가로 혹은 단체장 등으로 활동하며 고향을 지키는 여성들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 언론에 소개될 기회가 있어 낯익지만, 지역외에서 활동하는 인천의 여성들은 사실 존재조차 잊기 쉬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욱이 학연·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대다수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제 분야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경향이 많아 같은 분야 종사자끼리도 서로 동향인이라는 것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인천의 딸들이 뛰고 있는 분야는 학문연구(교수직), 의학계, 보건계, 문화예술계, 종교계, 전문직, 기업 고위직, 사업에 이르기까지 망라돼있다.
 대학학장·교수, 의사, 국립대학병원의 간호부장, 국내 최고(最古) 문화예술기획사 대표, 사기업체 대표·이사, 원장수녀, 목사,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염색공예가, 세무법인 대표, 연합 여성단체 대표, 미국 국립슈퍼컴퓨터센터 연구원 등이다.
 어느 지역인들 그곳에서 배출된 여성 인재를 꼽으라하면 내로라 하는 이들이 한 둘일까마는, 인천 역시 대단한 여성 인재를 배출해낸 자랑스런 도시라는 점을 취재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주로 30∼50대로 한창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그 화려한 직책보다도,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쏟았던 열정, 고난과 좌절을 견뎌낸 오기, 꿈을 이루겠다는 강한 집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상 졸업이라는 학력의 한계를 딛고 전문직업인으로, 또는 사기업 이사로 당당히 올라 동종업계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으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 박사학위만 4개를 취득하고 국내외 의료보건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여성,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감으로 거론되는 여성, 세계적 과학자들과 나란히 첨단연구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물리학자,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둔 거대 기계·장비회사를 이끄는 여성이 바로 인천의 토양에서 자란 것이다.
 개항 도시 특성상 서구식 문물을 여타 도시보다 빨리 받아들여 인천여고, 인일여고, 인천여상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여성교육기관을 많이 갖고 있는 인천. 그러다보니 우리는 흔히 역사속에 사라진 인천의 선구자적 여성인재를 말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인천 출신 여성들을 조명하는데는 그만큼 소홀했다.
 지역이 나서서 이제부터라도 이들의 존재를 파악해 인재 풀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배출한 여성 인재의 존재를 찾는 일은, 지역 이기주의나 또 다른 지역주의를 바탕에 둔 의도에서가 아니다.
 ‘인천 사랑, 고향 사랑’을 잊지 않고 말하는 이들인 만큼 그들이 지니고 있는 폭넓은 식견과 능력을 고향을 위해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작게는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조언과 충고를 해줄 수 있는 기회에서부터, 크게는 인천을 진정 동북아 중심 도시로 만드는데 필요한 일들까지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인천에서 활동하는 여성들 대다수가 이들과도 선·후배지간이므로 서로 연대한다면 지역은 물론 이 나라의 여성사상 처음으로 건강한 여성인재 풀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