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경기본사 취재본부장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이번 국감은 16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기도 하다. 물고기가 물을 만나듯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마음껏 드러내는 호기(?)다.더욱이 이번 국감에는 여당이 없다. 노무현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없고 야당만 있게 된 셈이다. 여무야다(與無野多)라고 할까.
 그래서 의혹만 터트려놓고 시시비비는 가리지 않았던 과거의 국감패턴이 고쳐지기를 기대했다. 정책국감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행정자치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이 있었다. 외자유치저조,대규모계획 남발,시스템부재 등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이 추궁됐고 예년처럼 경기도 분도론도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또 같은날 경기지방경찰청 국감에서도 한총련 미군사격장 난입사건,외국인범죄 증가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이 있기도 했다.
 30일 교육위원회의 경기,인천교육청에 대한 감사는 고교성적 부풀리기,학교매점 수의계약의 문제점, 안산의 한 고교의 운영실태 등 의 문제점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벌써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앞선다. 국감에서 종종 문제가됐던 구시대적 발언과 행태, 고압적 자세는 여전했다. 물론 연일 이어지는 국감일정에 따른 의원들의 피곤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하지만 민의의 대변기구인 의회가 집행기관의 업무를 검증·평가하도록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실을 때때로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
 실제로 국감장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이를 반증하기에 충분하다.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수감장인 경기도지사에게 같은 당 출신의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기억하길 바란다”는 아부성 발언(?)도 나왔다. 눈도장 찍는 국감인지 민의를 대변해 준엄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국감인지 정말 헷갈린다.
 민원성 질의도 있다. 이날 있은 경기지방경찰청 국감에서는 “OO 경찰서는 1급서로 승격시키는 것이 옳다”는 개인적인 발언(?)이 공적인 자리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주어진 시간에 훈계만 하다 끝나는 의원, 조는 의원도 여전하다는 보도이고 보면 이번 국감이 그리 달라진 것은 없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특히 자신의 얘기만 지리하게 끌다 정작 수감기관의 얘기는 들어 보지도 않은채 “서면으로 답변하라”는 무성의의 극치를 보면서 왜 이런 국감이 필요한가라는 회의마져 든다.
 주말을 잊은채 밤새워 국감 자료를 준비해온 공무원들이 국감장에서의 의원들의 이런 발언과 태도를 지켜보고 “이런 말이나 하려고 국감하나”라는 자조섞인 말을 의원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처음으로 일문일답 국감이 도입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알맹이가 없기는 수감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작성해 준 답변서를 대독(?)하니 안그런가. 소나기는 피해보자는 식으로 ‘검토 처리’, ‘적극 추진’ 등 의원들에 대한 립써비스 차원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말이 빈번한 것도 참으로 안타깝다.
 언제까지 이런 일의 반복을 지켜봐야하는가. 내년에는 국민의 선량을 다시 뽑는 총선이다. 결국, 국감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위임받은 민의를 져버리는 의원들을 가려낸 뒤 선거로 심판해 이러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뿐이다.
 목민심서 제3편 봉공육조(奉公六條) 제3조 禮際에 ‘監司者(감사자)는 執法之官(집법지관)이니 雖有舊好(수유구호)라도 不可恃也(불가시야)니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감사란 법을 집행하는 관인이다. 비록 정분이 있더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의회의 공적권한을 사적인 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 아닐까. 남은 국감, 선량들의 송곳같은 국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