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17개월 된 둘째 딸과 지하철을 함께 탔었다. 딸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옆자리에서 흐뭇하게 보시던 할아버지께서 물어보셨다.

 『고녀석, 아들이유, 딸이유?』

 『딸이에요.』

 『뭐? 딸? 그럼 큰 애는?』

 『그 애도 딸인데요.』

 그 할아버지는 대뜸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젖도 먹이지마. 기집애는 소용없어<&27746>』

 너무 황당하고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곧 너무나 기분이 나빠졌다. 그 말은 오래도록 불쾌하게 남아있었고, 다시금 여성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 딸을 가지고 보냈던 시간과 낳았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던가? 나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무릅쓰고, 나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낳았다. 그런데, 이런 내 딸이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게 쉽게 존재마저 부정당할 수 있는지. 아직도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음을 당해야 하는 많은 생명들,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어린 생명들, 자기 목숨을 걸고 출산을 했지만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남편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재롱을 부리는 내 어린 딸을 보면서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이런 잘못된 생각을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김유애ㆍ인천여성의 전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