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국무용제 有感 김경수 문화부장
 요즘 인천 무용인들의 화두는 단연 전국무용제다.
 전국무용제는 시·도별 지역 예선을 거쳐 ‘올해의 간판팀’으로 뽑힌 예술단이 한도시에 모여, 춤실력을 겨루는 순수예술축제로 11년전(1992년) 당시 ‘춤의 해’를 기념해 한국무용협회와 16개 시·도별 협회지부가 뜻을 모은 것이 출발점이 됐다. 12회째를 맞은 올해 ‘드디어’ 인천에서 축제의 장을 펼친다.
 이달 15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6∼24일까지 이어지는 9일동안 제전은 시·도별 경연인만큼 수준높은 춤의 액기스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용인에게 특별한 설레임을 주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인천 개최’가 무용인들에게 각별한 이유는 또있다. 대회가 시작된이후 열 두번째나 돼서야 타 시·도 예술인들을 인천에 초대한다는 점에서다.
 전국무용제를 유치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무용협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회는 대회 입상금(총7천6백만원)과 심사비(1천8백만원)조로 1억2천6백만원을 사업비로 책정해놓고 있다. 대회 홍보에서부터 공연장 설치, 예술단 접대, 부대행사 등 축제를 꾸미는 일체비용은 바로 지자체가 출연한 예산에서 집행된다. 따라서 예산 규모를 얼마로 책정하느냐는 무용제을 향한 각 시·도의 애정도를 그대로 투영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예산 규모는 차치하고서, 그동안 인천시는 지역무용계의 개최요청을 ‘초지일관’ 미뤄왔고 이제 더이상 미룰수 없는 시점에 와서야 ‘허락’한 셈이됐다.
 축제준비를 맡은 한국무용협회 인천시지회는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전국 무용인과 인천시민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제전을 펼쳐보겠다는 결의에찬 의지에서다. 서둘러 지난해 12월부터 집행위원회를 조직, 타임스케줄을 꼼꼼히 챙겨나갔다.
 한편으로는 부대행사에 욕심을 냈다. 지역내 무용팀별 자기 색을 내보이는 기획공연에서부터 청소년 무용제, 새싹 춤잔치, 명인 초청 명무전에 마임공연, 심지어는 댄스스포츠 강습까지. “순수 무용경연이라는 대회 취지를 흐리는 나열식 행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일각의 날선 비난들을 모두 감수하면서.
 사실 인천지역 무용인은 너나 할 것없이 아픈 기억을 하나 갖고 있다. 인천시가 지역 정체성을 담은 시민축제를 내걸고 유치했던 ‘2000년 세계춤축제’에 대한 비감이다. 공연예술 축제가 해당분야의 예술인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하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공식을 깨고 당시 인천 무용인들은 준비그룹은 커녕, 향수그룹에 조차 끼지 못한 채 철처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년후.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집행부는 또다른 비애를 느껴야 했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이유인 즉은 주최측인 인천시의 무관심과 비협조 일변도 행정이다.
 제1회 부산대회에서부터 지난해 울산대회에 이르기까지 선두에 나서 행사를 지휘한 수장은 한결같이 시·도였다. 자연스럽게 각 구·군은 행사 운영위원회에 결속, 자칫 이방인이되기 쉬운 참가팀의 후원인으로 나섰다. 산하 각 시민·문화 단체가 성심으로 준비그룹에 참여하게 되는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그동안 대표팀으로 출전했던 인천 무용단마다 “마치 열성팬들을 만난것같은 뜨거운 환대가 아직까지 생생하다”라며 이구동성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애써 비교해본다면 인천시의 경우 예산을 ‘선심쓰듯’ 던져놓은채 “시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전적으로 행사를 주관한 지역 무용인들 책임”이라며 방관자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축제의 창의성·자발성·다양성을 살리기 위한 가장 큰 원칙인 민간의 자발성유도 차원에서 문화행정의 기본방향이라고 할수 있는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실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전국무용제는 본질적으로 시민축제이기보다는 공연예술축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전국대회인 만큼 인천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의미있는 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서 대회를 치룬 도시들마다 지자체가 앞장서 극성스럽다 할만큼 이미지메이킹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공연예술축제는 예술인들만의 잔치’라는 도식적인 인식을 벗고 지금이라도 축제를 수용하는 인천시의 행정적인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