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내 지방정부들은 재정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미 지방정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여행세 도입논란도 따지고 보면 그 배경에는 재정적자가 숨어 있다. 여행세란 한마디로 여행객에게 부과하는 인두세나 마찬가지다. 내 지역을 찾는 외지인에게 방문세를 받겠다는 것이 도입취지이다.
 여행자유가 보장돼 있는 국가로써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그것도 자유민주주의의 첨병이라 자처하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역관광업계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 것이 뻔한데도 미 지방정부들이 앞 다퉈 여행세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재정상태가 파탄지경에 이를 정도도 심각한 때문이다.
 물론 미 지방정부들의 재정적자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없지 않다. 미국내 전문가들조차 그 원인을 지방정부 내부보다 경제의 장기침체와 부시정부의 감세정책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 기류이다. 지방정부로써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체장들이 남만 탓하고 있을 계제도 아니다. 지방정부의 핵심분야가 재정인 이상 그 실태는 곧바로 단체장 공과(功過) 평가의 최우선 잣대일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캘리포니아 주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재정적자 규모가 4백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파산위기에 몰리자 주 의원과 임명직 공무원 등 1천여명의 봉급을 동결했다. 병원과 대학 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도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분노한 주민들의 소환으로 주지사는 결국 중도 낙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슈워제네거가 자신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구원자를 자처하면 보궐선거에 나선 것도 재정위기가 빚은 현상인 셈이다.
 이러니 다른 지방정부의 단체장들이 세수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라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 지방정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런 일들이 전혀 남의 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론을 제기하는 재정전문가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결코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천의 경우는 어떠한가.
 시민들은 작년 6월 자칭 ‘CEO 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건 현 시장을 선택했다. 시의 사업추진과 재정관리가 방만한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진 결과였다. 그러면 지난 1년새 사정은 나아진 걸까. 아직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시간이 가면서 시중여론은 현 시장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듯싶다.
 재정부문만 해도 최근 들어나고 있는 사실만 놓고 볼 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우선 시금고 관리실태부터 보자. 시민단체가 분석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시는 지난 2001년부터 올 6월까지 부실한 자금운영으로 수십억원의 이자 손실을 냈다. 정기예금으로 보관해 두어야 할 자금을 금리가 낮은 공금예금(일명 요구불예금)에 예치해 둔 때문이다. 불요불급한데도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 정도만이 아니다. 공금예금 평균잔액을 허위로 공개하는가 하면 각종 기금의 이자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입세출 부분은 또 어떤가. 시는 올 1차 추경예산을 지난달 초에나 편성했다. 당초 계획보다 3개월이나 늦은 것이다. 세수감소가 이유라지만 시 스스로 세수예측조차 못하는 집단임을 인정한 꼴과 다름없다. 이런 판에 작년 예산중 사용치 않은 불용액이 물경 1천6백억원에 달할 뿐더러 걷지 못해 결손처리한 세수 또한 지난 한해 1백50억원이 넘는다. 세수 관리 부실로 한해 예산의 10% 가까운 돈이 허공으로 나아가 버린 셈이다. 국고확보 차질로 경제자유구역 등 주요 전략사업 추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정 분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곳곳이 부실 투성이인 데다 좀체 체계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을 정도이니 일반 추진사업을 살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시장자질론 시비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도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다 불원간 인천에도 슈워제네거와 같은 터미네이터가 필요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을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