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끝낸지 한참지나 어느새 살얼음이 잡히는 때이다. 햇살이 따뜻한 늦가을의 오후 마을 젊은이들이 헌 소쿠리와 대야를 들고 나선다. 미꾸라지 잡이를 가는 것이다. 동구밖의 논웅덩이-맨발로 들어서기가 선득하지만 논바닥에 도랑을 파고 웅덩이 물을 퍼낸다. 자기논에 삽질하고 물을 퍼내도 야단하거나 말리는 사람 없다.
 이윽고 바닥이 드러날 즈음에 미꾸라지가 꿈틀댄다. 돌틈에서 흐르는 맑은 샘물을 따라 자꾸 나온다. 미꾸라지를 잡는 연장은 열손가락이다. 꿈틀거리며 빠져나가는 놈을 움켜 양동이에 담는다. 그렇게 많은 미꾸라지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신기하기 조차 하다. 잡는 재미에 입었던 옷이 흙투성이가 되는 줄도 모르고 춥지도 않다.
 이렇게 잡은 미꾸라지를 깨끗한 물에 넣어 진흙을 충분히 토하게 하고 소금으로 비벼 닦아 추어탕을 끓인다.가마솥에 푹 고아지기까지 가을밤이 깊도록 청년들은 머슴방에서 화투나 윷놀이를 하며 기다린다.
 그러나 오늘날 논바닥에 미꾸라지 있는 곳이 흔치 않다. 가는곳 마다 추어탕집이 있어도 그것은 거의가 중국에서의 수입품이다. 거기에다 지난날처럼 자기집 추어탕 맛이 제일이라고 자랑하던 일도 없다. 전라도에서는 갈아서 하고 경상도식은 어떻고 하던 말도 옛말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체인점이요 조리법도 맛도 모두 같다.
 유명하기로는 인천의 추어탕도 알아주었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기름이 섞인 쇠고기와 곱창을 넣어 끓였는데 거기에 버섯 호박고지 고사리 두부를 넣어 뚝배기가 넘쳐났다. 신태범 박사의 ‘먹는재미 사는재미’에 인천의 추어탕은 개항 직후 공복과 추위를 달래는 주막음식으로 시작했겠는데 차츰 추탕집이 생기고 솜씨도 좋아졌다고 적고 있다. 이런 추탕집은 내동의 법원 들어가던 어귀와 신포시장에 60년대만 해도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다.
 올여름 보양식의 패턴이 종전의 닭고기 장어에서 미꾸라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때마침 인천대공원 호수에서는 미꾸라지를 풀어넣는 행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