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달 (주)풍산 전무이사/베르린공대 공학박사
  우리는 흔히 신문이나 잡지 또는 TV를 통해서 현대사회는 ‘경쟁의 시대’다 라는 얘기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시대는 경쟁의 기대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경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 경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경쟁의 원칙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 출발선에 서지 않고 먼저 남보다 몇 미터 앞에서 출발한다면 달리기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달리기 경쟁에서는 탈락하게 된다. 시험을 치룰 때 해답지를 몰래보면 시험점수는 높을지 모르나 시험경쟁에서는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경쟁에 있어서 ‘의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식은 윤리성과 도덕성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가’라는 회사가 개발한 어떤 제품이 잘 팔리면 (나), (다), (라) 모든 회사가 동일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면 (가), (나), (다), (라)사 모두 파산하게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제품 공급가를 계속 낮추라고 하면 대기업은 이윤을 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수익을 낼 수 없어 하나둘 문을 닫게된다. 영세한 사업장에 선진 환경법을 적용하여 환경관리를 하면 사업장 주변의 공기와 물은 조금 좋아질 수는 있지만 제조원가 경쟁력이 없는 이 사업장은 문을 닫게되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세 번째로 경쟁에 이기려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미국 MIT 공대에서 우수로봇 선발대회가 열렸다.
 수천대의 로봇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한 학생이 만든 로봇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이유는 다른 로봇은 물건을 빨리 가서 집어오는 전략으로 프로그램 되어진데 반하여 우승한 로봇은 빨리 가서 상대로봇을 쓰러뜨린 다음 목표물을 집어오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쟁력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강은 경쟁력이 있는가? 한강 상류는 식수원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강상류에 몰려있는 식당, 모텔, 까페 등에서 나오는 오수는 한강으로 유유히 흘러 들어간다. 강 주변에는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한강은 분명 프랑스의 세느강이나 독일의 라인강에 비하여 그 규모로는 손색이 없다. 그러나 한강은 세느강이나 라인강과 관광경쟁에서 지고있다.
 우리의 Shopping 방법은 경쟁력이 있는가? 많은 한국사람들은 Brand가 없는 상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돈은 문제가 안된다. 카드로 결제하면 되니까. 우리 운전습관은 경쟁력이 있는가? 고속도로에서 갓길은 추월선이다. 술먹고 운전해도 경찰에 안걸리면 된다.
우리의 TV는 경쟁력이 있는가?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된다. 쇼프로나 오락프로가 많을수록 좋다. 자극적인 뉴스가 많을수록 좋다. 가능한 리얼한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안전의식은 경쟁력이 있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그래서 세균이 살기 좋은 나라다. 운전 중에 휴대폰하면서 담배피우기 힘드니까 주유소에서 엔진 켜고 급유하면서 기분 좋게 담배를 피운다. 山 속에서 피우는 담배는 더 맛있다.
 많은 사람들은 주장한다. 이 모든 것이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그러나 선진제국의 역사를 볼 때 이러한 주장은 우리의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색빛 하늘 가운데 한 조각의 파아란 하늘처럼 사회 곳곳에 경쟁력 있는 의식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하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하여 본인을 희생하는 역무원, 평생 아껴 저축한 돈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어놓는 할머니, 불우이웃을 자기 가족처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 인명을 구조하기 위하여 화염 속을 뛰어드는 휴가중인 군인, 그리고 박봉에도 묵묵히 일하는 하급공무원들, 영세사업장의 직원들... 이러한 의식이 있는 한 한국은 희망이 있다. 먹구름 사이로 한조각의 파란 하늘이 보인다는 것은 언젠가 하늘 전체가 파랗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