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의 항공사들은 기체에 커다란 눈동자를 그려 넣었었다. 엔진 중심축의 돌기 부분이었다. 이착륙시의 항공기와 새들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새들이 흑백의 눈알 모양을 무서워 하는 습성이 있다는 설에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효과에 대해서는 A사의 어느 정도 충돌을 줄였다는 것에 B사는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었었다.

 90년대 초 일본의 항공사들은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새로운 위협에 봉착했었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비행중인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을 말하며 실제로 이로 인한 사고가 빈발했다. 91년 케냐의 동물보호구를 비행중이던 소형기가 새의 충돌로 추락 일본인 4명이 사망했으며 국내에서는 그해 여름 당시 사회당의 도이 위원장이 탑승한 에어버스가 미야기 공항 이륙직후 엔진에 새가 흡입되어 1기가 멎는 바람에 회항하기도 했었다. 당시 일본항공에 의하면 같은해 411건의 충돌사고가 있었는데 그중 9건이 엔진 훼손으로 되돌아 갔다고 한다.

 항공기의 새와의 충돌 우려가 우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국내의 공항 주변에서의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예방책이 미흡한 형편이다. 전문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고 겨우 공항 주변을 순회하면서 위협사격을 하는 정도이다. 그러니 그것으로 몰려드는 새의 숫자를 당할 수가 없다. 특히 가을 철새의 이동시기인 8월부터 11월까지가 위험하다고 한다.

 새들의 스트라이크-언뜻 생각하기에 그것이 무에 그리 문제되겠는가고 여겨지겠지만 의외의 참사로 비화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체에 끼치는 파손으로 입는 피해액도 무시 못한다. 일본항공이 밝힌 충돌사고의 60%가 솔개에 의한 것이라는데 1㎏ 무게의 솔개가 항공기와 충돌했을 때의 충격은 1t 이상이라고 한다.

 2001년에 개항할 인천의 영종국제공항 인근이 철새의 휴식지여서 항공기와의 충돌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의지가 창출한 항공기-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터전을 잃은 작은 존재들이 지금 항거하고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