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정치부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일간신문 종사자들에겐 제법 그럴듯한 표현이다.
 오늘 일을 정리해 지면에 옮기는 일이 날마다 반복되니 마치 일기를 쓰 듯 그 날 벌어 그 날 쓰는 일이 일년 내내 그대로다.
 현장에 나가 사건이며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직접 눈으로 챙기는 현장기자들과는 달리 편집국의 무슨무슨 부장입네 하는 축들은 하루 종일을 책상머리에 죽치고 앉아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깥 일들을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챙기는게 일이다.
 이른바 언론사 편집국의 부장들을 그래서 데스크라 일컫고 그들이 모여 하는 회의를 데스크회의라 칭한다.
 인천일보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등 매일 두번의 고정적인 데스크회의를 갖는다. 그 중간에도 짬짬이 모여 머리를 맞대긴 하지만 하루 두번, 특히 오후 4시부터의 데스크회의가 신문사의 하루중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다.
 각 부의 데스크들은 휘하의 기자들로부터 송고받거나 보고 받은 기사거리들을 내놓고 기사의 가치와 비중, 의미 등에 대한 가장 일차적인 저울질을 시작한다.
 세상사 모두가 뉴스라면 인천일보가 날마다 보도할만한 뉴스거리는 문자 그대로 무진장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할 얘기가 따로 있고 어른 계시는 문전에서 입 조심을 각별히 할 수 밖에 없는데다 한번 지나간 얘깃거리 매번 리바이벌 할 수는 없어 신문에 올릴 기사를 재단하는 일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홍수나면 먹을 물 없는 이치로 그래서 기사 고갈 압박도 적지 않다. 권한과 재원, 사람 그리고 정보의 중앙 집중이 여전한 가운데 인천일보는 인천과 경기도의 우리 고장 뉴스만을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른바 완전 로컬화를 표방하고 나선 탓이기도 하다.
 회의중엔 거의 날마다 기사의 가치를 놓고 의견차가 벌어진다. 노동조합의 주장에 더 무게를 싣자는 사회부장과 경제가 엉망인데 지나치지 않느냐는 경제부장의 주장에는 각각 설득력이 있게 마련이다. 더러는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지만 좌장인 편집국장의 점잖은 중재는 늘 위력을 발하기 마련이다. 하기사 날마다 겪는 일인데다 너나 없이 선수급인지라 회의실을 나서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도 신문사 편집국의 특징일게다.
 게다가 날이면 날마다 ‘우리 인천’ ‘우리 경기도’의 시각에서 세상 모든 일을 보는 탓에 타 지역과의 비교에서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면 할 말은 분명 없다. 그저 지난 세월 미국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본 우리의 모습이 그랬듯 우리 고장을 챙기는 우리의 시각이 부족함을 아쉬워할 뿐.
 2003년 7월 15일 인천일보는 창간 15년을 맞았다.
 73∼88년까지 1도1사였던 경인일보의 인천 출신 주주와 기자, 임직원들이 ‘인천은 인천일보가, 수원은 경인일보가’라는 원칙 아래 88년 7월 15일 샴쌍둥이 분리하듯 서로 나뉘어 창간한지 15년이 된 날이다.
 개인사나 집안의 내력에도 15년 세월이면 별별일이 다 있듯 지역 사회의 지난 세월에도 간단치 않은 역사가 인천일보에 녹아있다.
 신문쟁이의 입장에서는 매일 매일을 그렇게 아등바등 지면에 세상을 아로새겼다.
 특종을 터뜨리고 좋은 기사, 좋은 지면을 칭찬 받았던 날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속 시원했던 날보다는 부족한 취재와 모자란 전문성, 어설픈 기획과 촌스런 편집에 제 스스로 마음 상해 울적했던 날이 더 많았던 날들이기도 하다.
 2018년쯤이면 인천일보가 창간 30주년이 될터이다.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종이 신문이 나올지는 가늠키조차 어려운 세상이긴 하다.
 다만 인천일보 기자된 천명(天命)으로 앞으로의 15년도 편집국 데스크회의는 격론이 펼쳐질게다.
 그리하여 인천과 경기 사람들의 눈 높이로 온 세상의 숲과 나무, 그 그늘까지도 따뜻하게 응시하는 우리들의 역사를 새겨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