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러가지 옛 문헌을 이것 저것 들쳐보다 보니 경상도와 전라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智異山)은 어떤 책에는 경상도 하동. 함양쪽으로 뻗어나간 산맥을 두류산(頭流山)이라 하고, 전라도쪽으로 뻗은 산맥을 지리산이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언제부터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지혜 지(智), 다를 이(異)자가 붙은 지리산을 해석하면 지혜 즉 ‘사상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는 산’이라는 해석도 붙을 수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비극의 무대가 된 것이.... 
 그런가 하면 대구의 주산(主山) 팔공산도 신비한 지명의 하나이다.
 요즘에는 아무나 죽은 뒤에 공지묘(公之墓)라 쓰지만 옛날에는 삼공육경(三公六卿)이라 해서 삼공의 지위에 오른 자만이 쓸 수 있는 호칭이었다. 그런데 이 팔공산 주변에는 옛날부터 공자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이 8명씩 태어난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지명의 신비를 실감케 하고 있다.
 또 지명 때문에 지역 상황이 바뀐 예로는 서울 근교의 김포(金浦)를 꼽을 수 있다. 옛날에는 김포현으로 현감이 다스리던 고을이며 바다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이라 포구가 있을 수 없는 곳인데도 ‘김포’라 하여 현실과 전혀 상관없이 지어진 이름인가 했는데 그것이 현대에 와서는 해명되었다. 바로 쇳덩이(金)가 오르내리는 비행포구(浦) 즉 공황이 들어섰으니 말이다.
 또한 추풍령 고개 옆에 괘방령이란 고개가 있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개인데 추풍령보다도 더 험준한 고개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서생들은 꼭 괘방령을 넘어서 갔다고 한다.
 추풍(秋風)에 낙엽처럼 떨어지지 말고 괘방(掛榜) 즉 요즘말로 하면 합격자 명단에 꼭 들라고 해서 그랬던 것이겠지만 이건 글자에 담긴 뜻을 생각한 일종의 징크스다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대학입시가 있는 날에는 교문에 엿을 붙이며, 엿처럼 척 달라 붙어 떨어지지 말라는 소박한 기원을 담으며, 심지어는 시험 며칠 전부터는 미역국(미끄러진다)도 먹지 않았으니 우리말에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미역국 먹는다'라고 하는 속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가 싶다.
 괘방령을 넘는다고 해서 합격하거나 미역국을 금하고 교문에 엿을 붙인다고 해서 합격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러한 행위는 서민들의 합격에 대한 소박한 염원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다음; 점(點)이 길흉을 좌우한다. www.yejiyeon.com <예지연.예지연 역학교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