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로 편집부국장
지난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한 연구원이 NEIS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방송 3사 메인뉴스의 보도행태를 구체적인 수치로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내용의 핵심은 방송 3사의 보도가 갈등 배경과 원인에 대한 심층분석 없이 지나치게 대립 지향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NEIS 파문은 지난해 11월부터 장기간 지속된 이슈인데 ‘주류’ 언론들은 갈등 초기부터 그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들은 극히 적었다. 정부와 전교조 간 합의 후 대립이 극한 상황까지 치달은 갈등 후기에도 사회세력간 갈등 양상에 대한 중계식 보도와 부정적 파급효과에 치중해왔다.
 사실 지난 80년대 5,6공 시절 까지만도 우리 언론의 치명적인 한계는 정치, 사회적 비판기능의 실종이었다. 그런데 정작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진 요즘, 한국 ‘주류’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너무 요란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한다. 그 내용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쪽보다 각 세력간 대립양상에 치중하고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의 ‘주류’ 신문들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부정적, 비판적 일변도의 보도태도를 보이고있는데다 건강치 못한 감정이 배어있어 정치, 사회적 갈등을 더 부추기고있는 형국이다. 이해관계가 다변화된 사회구조 속에 지금은 언론의 권력비판 보다 중재자, 조정자의 역할, 국민적 합의도출이 더 요구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문제는 주류언론의 대립적 보도태도가 각 사회세력은 물론 일반시민의 마인드에 타협과 조정보다 자기 목소리 내기에 열을 올리는 대결과 대립으로 사고를 몰아가는 ‘대립문화’를 조장해오고 있다는데 있다.
 인천 지역사회의 갈등 양상을 보자. 지난 97년 민자사업으로 결정돼 현재까지 백지화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있는 경인운하 건설에서 부터, 환경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논현동 일대 택지개발, 수인선 지하화, 동양화학 폐석회처리, 연수동 화물터미널 이전, 문학터널·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등 민자사업의 터무니없는 결과를 놓고 겪는 갈등, 쓰레기매립지의 자원순환시스템 설치, 재건축아파트의 용적률 인하, 공무원노조의 종합감사 거부 등 만연한 갈등은 대부분 장기적이고 고질적이다. 이에따른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려는 노력은 찾아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지역사회 소통의 기능은 이상하리 만큼 보잘 것이 없다. 각종 토론회, 공청회는 부쩍 늘었으나 사회적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있다. 토론회가 형식에 흐르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불신이 너무 커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자기주장만 되풀이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이러한 세태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반성도 일고있다. ‘소통’이란 화두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제 갈등에서 소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한다는 것이다. 사회 각계의 대립구조와 갈등을 타개하고 소통의 마인드와 그 사회적 가치를 깨닫고 기술을 익혀나가자는 것이다.
 ‘소통’이 우리의 지역사회에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갈등의 현장에 전문가들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지식인과 행정책임자 등 지도층 인사들의 합리적이고 용기있는 목소리들이 모아져야 한다. 양비론, 양시론이 아닌 ‘공공의 이익’에 바탕한 분별력과 소신있는 여론들이 모아져야한다. 지역이기에서 나온 정치적인 발언이나 표를 의식한 선출직들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사회를 혼란으로 이끌 뿐이다. 그리고 이를위한 시민사회의 토론과 정책포럼의 장이 신뢰와 권위를 쌓아갈 수 있도록 끈기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갈등의 예방을 위하여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입안 및 결정과정에 이해당사자는 물론 전문가의 참여기회를 늘이고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쳐 충분한 의견교환과 토의가 요구된다.
 그리고 분권화 시대의 전기를 맞아 변신을 꾀하고있는 지역언론의 활성화, ‘소통의 장’으로서 지역언론의 올바른 여론 형성의 기능의 강화도 더 미룰 수 없는 지역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