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부터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변화시켜 온 ‘온라인’(On-Line) 수업.
보통 ‘OCU’(Open Cyber University) 또는 ‘사이버 강의’로 지칭되는 온라인 수업은 비좁은 강의실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강의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나 인기 있는 교양강좌 수강신청을 위해 줄지어 늘어선 학생들의 대열을 캠퍼스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또 정해진 시간이나 장소에서만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수강생 본인이 편한 시간에 강의 홈페이지에 접속, 스스로 출석하고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되는 등 말 그대로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제 3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환경의 대학 침투로 ‘노트가 없는 수업’, ‘pc방 기말고사’의 등장은 물론 종래에 볼 수 없었던 대학생활이 전개되고 있지만 기실 그 부작용도 적잖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이 기말고사 기간인 요즘 그 대표적인 사례가 횡횡하고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부정행위’들.
‘컨닝 페이퍼’와 ‘족보’로 통하던 지난 시절의 시험용어들은 대학생활 한 때의 치기나 장난기로 치부되고 고학년으로 가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이를 정화시켰다면, 지금의 시험에서는 별다른 죄의식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객관식=공동시험(?)
최근 수강과목 기말고사를 치른 인하대학교 졸업반 이모(27)군.
교수님의 ‘공지’에 따라 인터넷에 뜬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풀었던 이군은 그러나 같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다가 너무나도 황당한 심정을 맛봐야 했다.
다른 수강생들의 경우 한 사람의 수강생 계정으로 접속, 여럿이 함께 머리를 맞대 문제를 푼 뒤 모여 있던 사람들의 계정에 차례차례로 들어가 답을 옮겨 버린 것.
한 마디로 ‘대필’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그룹의 경우 시험문제가 떠 있는 강의실 홈페이지에 동시에 접속한 뒤 MSN 등 인스턴트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서로 ‘실시간으로’ 답을 맞춰보며 기말고사 시험을 치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군은 “시험을 치르는 공간이 제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라며 “응시자들의 IP계정 또는 시험을 치른 전체 시간을 확인할 경우 이같은 부정행위를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편일률, 주관식 답안
온라인 강의 시험의 문제점은 비단 객관식 평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논술형으로 출제되는 기말고사의 답안들 역시 ‘그 밥에 그 나물’격이다.
이는 대부분의 수업이 인터넷을 통해 커리큘럼과 수업의 진도는 물론 ‘강의 내용’까지 모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출제 문제를 읽어 본 수강생들이 수업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교수님의 강의노트를 블럭을 지정, 오려두기·붙이기 등의 ‘모자이크 작업’을 거쳐 답안을 작성하기 때문에 문체나 조사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면에서는 거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 떠 있는 정보와 자료를 수집, 답안을 작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원시(raw) 데이터 수준의 것들이 많아 오히려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중복의 함정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관식 시험일지라도 제출답안들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해지게 돼 오히려 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
이같은 영악하고 비양심적인 행위들은 비단 시험을 부정하게 치른다는 측면 외에도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처음으로 고등학교 때까지와는 다른 자율적인 사회에 접어든 신입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서 대학생활의 시작부터 선배들을 본받거나(?) 적절히 이같은 편법을 활용하는 습관에 젖을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것.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생활하는 자세를 배워야 할 대학에서 ‘남들 다 하니까…’는 자기 편의적 사고나, ‘쉽고 편한게 좋다’는 대충주의에 빠져든 사람이 사회로 나가면 어떻게 행동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편에선 학생들에 대해 매년 재연되는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분쟁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요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원인과 대응책
이번 학기에 인하대학교에서 ‘사이버 윤리의 이해’ 강의를 진행한 임상수(37·서울여대 정보영상학부) 교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그러나 그는 더 중요한 이유로 학생들의 의식이 변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력’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
그는 “학생들은 단순히 ‘답을 쓰고, 바로 잊어버리는’ 식이 아니라 ‘정보의 응용력과 그 활용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검색을 해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는 것이 학생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전국 14개 대학교의 사이버 강의를 총괄하는 OCU 컨소시엄 사무국 김우겸씨는 “이제 잘 외웠는지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학생을 평가하는 비율에서 객관식이나 단답식 문제가 반영되는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시스템 개선을 통해 객관식 시험에 대해 문항별 시험시간 배정, 문제와 지문의 무작위 배열방식 도입 등 제도적인 방지책 마련에도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또 “OCU는 철저한 상대평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A+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수강인원의 30%를 넘을 수 없다”며 학생들이 공동플레이를 할 경우 결국 ‘문만 더 비좁아지게 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수 교수는 이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선 기출문제를 재탕하지 않는 동시에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한 학생 본인의 평가를 요구하는 등 기술적으로 비슷한 답변이 나올 문제의 출제를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시간과 비용을 대대적으로 투자해서라도 시스템을 보완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는 자세 역시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말했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