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체육부장 
오는 6월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대사(大事)’가 생각난다. 바로 국민의 감격스런 눈물과 기쁨, 환희와 염원이 담겨졌던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다.
 예선부터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과 뜨거운 함성속에서 매 경기때마다 태극전사들의 종횡무진 맹활약한 그 장면들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있다.
 당시 한국은 16강 진출이 최대의 목표였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그 목표를 훌쩍 뛰어 넘어 경이로운 ‘4강 진출’이라는 믿기지 않는 신화적인 ‘대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때 한국의 4강 진출을 지켜본 국민들은 누구하나 없이 감격스러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목이 쉬어라 외쳤다. 모두가 ‘붉은악마’의 유니폼을 입고 하나가 된 국민의 단결된 모습과 태극전사들의 영광스런 업적은 이미 세계축구사의 한 획을 장식했을 정도로 영원히 잊을 수 없게 했다.
 더욱이 월드컵 개최도시인 인천은 국민들이 더 잊을 수 없는 곳이 되버렸다. 국민의 염원이였던 16강 진출을 이루낸 곳이기 때문이다. 6월14일 오후 8시30분 5만여 관중이 가득한 인천 월드컵 문학경기장에서 포루투갈을 1-0으로 보기좋게 누르고 16강에 당당하게 진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은 인천 문학벌에서의 승리를 원동력으로 삼아 결국 목표를 넘어 경이로운 4강 대열에 우뚝서자 세계가 경악했다. 이 때문에 인천 문학벌은 축구사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월드컵 성지’로 불리우게 됐다.
 오는 31일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최 만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왠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축하하는 1주년 기념이기 보다 빛을 바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6월 국민의 함성이 메아리친 ‘월드컵 성지’ 인천문학경기장은 1년이 지난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월드컵 예선경기 개최 이후 보잘것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축구동호인들에게 경기장 임대와 일부 행사 장소로 활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당시 월드컵대회가 끝나면 프로축구 인천연고팀을 창단해 문학경기장에서 ‘월드컵 붐 조성’을 프로축구로 곧바로 이어가겠다고 계획했지만 아직 명쾌한 결론이 없다.
 이에앞서 지난해 월드컵축구의 감동을 재현할 오는 7월 개최되는 2003월드피스킹컵 인천 유치도 무산돼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결국 프로축구 연고팀이 없는 관계로 인천이 유치도시에서 제외된 것이다. 문학경기장에서 월드컵 감동의 재현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또 한번 실망을 안게 됐다.
 월드컵 1주년 기념 행사로 타 지역에서는 A매치 일정을 잡고 있다. 서울상암경기장에서는 내달 8일과 11일 국가대표팀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각각 경기를 갖는다. 부산은 오는 31일 한·일월드컵 첫승 기념 국제청소년축구대회를 개최하고 국가대표급 콜롬비아전도 유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타 지역은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면서 그날의 감동을 재현하는 국제축구경기 등의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그 대안으로 브라질 프로팀인 소로카바 클럽팀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를 유치했었다.
 그러나 ‘연고없는 팀 초청 경기는 의미가 없어 반대한다’ 여론이 높은데다 인천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팀들을 위해 1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은 예산낭비에 불과하다는 비난에 못이겨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월드컵 16강의 성지인 인천은 끝내 국가대표급 A매치와 국내외 프로팀 경기 유치 모두 성사시키지 못하는 도시가 돼 버렸다.
 인천시의 계획과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월드컵 성지’인 인천에서의 월드컵 감동을 재현하는 관심을 끌 수 있는 큰 경기가 없어 아쉬워 하는 말이다.
 인천시는 ‘포스트 월드컵 문화축전’ 행사를 내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월드컵 성공개최 1주년 기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앞세운 문화행사에 불과한 듯 싶다.
 내년 2주년 때는 ‘빛 바랜 월드컵 성지’가 아닌 정말로 시민과 함께하는 영원히 기억에 남고 추억이 될 수 있도록 A매치급 유치 등 각종 기념 행사가 체계적인 준비로 문학벌에서 화려하게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