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묻힌 랠리글라스 숲 구름위 걷는듯

오늘은 타다파니를 떠나 고레파니(2,915m)로 가는 날이며 아침

6시의 기온은 12℃로 좋은 날씨다. 아침 7시15분에 타다파니를 떠나

정글속을 계속 내려가서 8시에 작은 나무다리(2,610m)를 건너고는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한 참후에 능선에 올라서니 먼 곳에 울레리

마을(2,075m)이 보인다. 번탄티 콜라강가의 급경사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오전 8시50분에 번탄티 마을(2,675m)에 도착하였다.

 김미경대원은 지금까지 편두통 때문에 고생하였는데 오늘은 더욱

심해져 몹시 괴로워 하면서 걷고 있었다.

 우리들은 계속 강을 따라 올라가니 오전 10시40분(2,990m)에는

강폭이 2m정도로 좁아졌다. 오전 11시에 데오랄리(3,040m, 13℃)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네팔의 국화(國花)인 랠리글라스(석남화ㆍ石南花)의 군생지

(群生地)여서 사방에서 랠리글라스나무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었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에는 빨간 큰꽃이 피며 푸른나무와 하늘높이

솟은 흰 산봉우리들과 어우러져 산은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Mr.셀파가

설명하여 주었다.

 안개가 자욱히 낀 랠리글라스의 숲속을 조용히 지나고 있으니 또

다른 정취(情趣)를 느낀다. 오후 1시(3,180mㆍ14℃)에 제일 높은 곳에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오후 2시5분에 고레파니 윗마을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롯지

(2,915mㆍ13℃)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롯지가 몇 십채가 있는 큰 마을이며 전기도 들어와 있고

국제전화도 걸 수 있다고 하여 서울에 전화하려고 두 번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고레파니는 당나귀 물이라는 뜻이라고 하며 옛날

우리나라의 말죽거리 같은 곳이다.

 마을구경을 하고 있는데 티벳에서 내려온 장사꾼들이 불구(佛具),

골동품과 각종 장식품을 팔고 있었다. 이 곳에 오기전 타다파니와

데오랄리에서도 이와 같은 티벳장사꾼들을 만났는데 혜성스님이 불구를

고르면서 코리언 몽크(Korean Monk)라고 말하니 자기도 불교신자라고

하면서 꽤 비싼 것인데도 1달러만 받고 주었다.

 Mr.셀파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내일부터는 마가르족의 마을을 지나가는데 포카라의 북쪽 「마남」

근처에는 티벳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구룽족이라고 자칭하고

있으나 주위의 구룽족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티벳옷을 입고 있으며 마르샹디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감자, 메밀,

보리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라고 한다. 몇 사람의 형제가 한

사람의 여성과 결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윗남편(형)이

장사하러 오랫동안 집을 비워도 아래남편(동생)이 집을 지키고 밭일을

하며 여러 남편들이 협력하여 가문을 지킨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재산분배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토지를 세분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가난한 곳에서 여럿이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