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합 최우선… 과거 정치틀 벗어야  국민 화합

말이 「국민의 정부」이지 현 정권이 호남지역에 기반한 국민회의와, 충청권에 근거한 자민련간 지역연합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으며 이같은 태생적 한계때문에 벌써부터 곳곳에서,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민주적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정통성 있는 정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특정지역과 세력들로부터 항상 도전받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늘 특정지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다시말해 국민의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바로 국민통합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어떠한 훌륭한 국정의 성과도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에 따른 물갈이 인사때 전사회가 홍역을 치렀던 지역편중 인사 논란이 정부 각 부처 인사철을 맞아 특정고교 편중인사 논란으로까지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발단은 지역감정에 따른 국민분열의 결과로 분석된다.

 김대통령은 지난 1년간 지역대립의 국민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선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권은 정치권의 전국정당화, 또는 동서화합형 정계개편을 목표로 일부 의원 영입 등을 통해 상층부의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야당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는데 그쳤다.  경제 활성화

김대통령이 최근 경찰청장과 행자부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요직을 영남출신 인사로 교체하는 등 지역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며 영남출신 여권인사들을 총동원, 지역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게 하는 등 밑으로부터 접근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것은 이같은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다.

 김대통령은 최근 한 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경제가 2∼4%의 성장을 이룩할 전망이라며 경제회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환위기 초기 39억달러로 바닥을 보였던 가용외환보유고가 작년 12월말 현재 4백85억달러로 늘어났고, 2천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도 1천1백원대로 안정됐다. 연 35%에 달했던 콜금리가 최근 5%대로 급락했고 20%를 넘던 은행의 일반대출금리도 11%대로 떨어져 오히려 위기 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IBCA의 인정을 받아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됐다. 작년 4월에 정부가 3%대로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도 최근에는 2%대 초반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극복의 이면에는 숱한 국민의 눈물이 묻어있다. 모두 410개의 금융기관중 은행 5개, 종금사 16개, 리스사 10개, 보험사 4개, 증권사 4개 등 91개가 문을 닫았고 은행 9개가 합병됐다.

 이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렸다.

 국민의 정부는 이에따라 앞으로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기위해 외채상환에 나서고 외환보유고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유지가 관건이며 여기에는 수출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정치적 불안정이나 지역갈등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분야 개혁

국민화합과 더불어 김대통령 정부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정치분야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는 곳이 바로 정치무대이며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곳 또한 정치인들이다.

 국민의 정부가 지난 한햇동안 숨가쁘게 추진해온 각종 개혁작업중 정치개혁만큼 강력한 저항과 역풍에 휩쓸린 분야도 찾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마차의 두 수레바퀴중 시장경제의 수레바퀴는 어느정도 수렁에서 빼냈지만,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21세기에 걸맞는 깨끗하고 선진화된 정치시스템의 정착은 여전히 과거의 정치관행에 발목이 잡힌채 한국호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개혁 작업의 부진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한때 암울하게만 보였던 우리의 경제회생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서, 사회 전부문의 일대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먼저 참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사회 각 부문의 많은 변화와는 달리 정치권만은 개혁의 무풍지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혁평점에 있어 최하위권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여야관계는 이른바 북풍, 세풍, 총풍 등 「3풍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반목과 대립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여진은 국회 529호 사건을 거쳐 여야대치정국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총체적 개혁을 기치로 그 어느 때보다 폭넓고 강도높게 비리척결작업을 벌였지만 정치권은 국회를 방패로 법집행을 피하면서 결정적 화살은 피해나갔다.

 정치권 사정 대상에 오른 현역 의원중 구속된 인사는 단 1명뿐이고,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던 10명의 의원중 9명이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김태정 검찰총장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뇌물 면허장이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여론조사마다 정치개혁 문제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고, 구태를 벗지못한 정치권은 각종 시민단체들의 감시대상으로 낙인찍힌 채 국회의 의원출결상황이 매일 체크되는 상황에까지 왔다.

 김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올해 국정운영의 중심테마중 하나로 정하고 이의 실행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정치권 행태의 추방을 요구하는 매서운 국민여론이 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1월2일 청와대 신년하례회에서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한뒤 『정치가 잘못되면 여도 야도 망하고, 정치가 잘 되면 여도 야도 산다』고 강조, 정치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오는 4월까지 선거, 국회, 정당, 정치자금 등 정치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고 선언하고 연초부터 강력한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여권은 우선 16대 총선에서 현행 299명에 달하는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축소하고, 소선거구제에 의해 선출되는 지역구의원 이외에 의원정수의 절반을 정당명부 투표에 따라 선출하는 야심적인 선거제도 개혁안을 확정해 놓고 있다.

 국회제도에 있어서도 상시개원제, 인사청문회 도입과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혁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과는 달리 앞으로 정치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국회의원수 감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핵심쟁점을 놓고 여야간, 혹은 공동여당간 입장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정치제도 개혁은 공동정부의 대선공약인 내각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향후 정국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정치가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정치개혁을 정치권에만 맡길 수 없으며, 국민적 압력을 통해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남북관계

김대중대통령이 추진해온 국정과제 가운데 경제분야와 함께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분야가 바로 남북관계라는 데 이의가 없다. 이른바 햇볕정책과 금강산관광. 이는 김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핵심 단어들이다.

 집권 2년째를 맞아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로 그 시야를 넓혀갈 것이며, 북한 역시 당면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일정한 범위내에서 남한과의 접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한반도문제의 주 당사자인 남북한이 상호 절실한 필요에 따라 당국자간 공식ㆍ비공식 대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국내 일부 보수 계층과 야당으로부터 일방적인 대북 유화정책, 시혜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한 김대통령 정부의 입장은 올 1월4일 김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한층 더 명확하게 정리됐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확고한 안보태세 위의 대북포용정책을 거듭 강조하면서 올해 정부의 안보 3원칙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증진 ▲안보 및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공조관계의 강화를 들었다.

 남북대화 문제 역시 한반도 평화환경을 가꾸어 나가는 큰 틀 속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의 기본입장은 남북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 아래 대화와 접촉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당국간 회담을 개최할 것을 촉구한 바 있고, 북한도 당국간 회담 개최에 종전보다 유연성을 보이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우기자〉 yongul@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