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20년전 만해도 참기름 들기름은 추석이나 설 등 명철 때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엄마들은 참기름을 사면 명절때만 잠깐 썼다가 ‘신주단지’처럼 부엌 어딘가 깊숙히 숨겨 놓곤 했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린 아이가 엄마 몰래 부엌 한 구석에 숨겨져 있는 기름을 한 방울이라도 먹었다간, 그날 그 집의 부지깽이가 남아나지 않았다.
“봉지로 서너숟갈도 사가고 부잣집은 까스명수병, 박카스병에 반병씩 사가기도 했어요.”
중구 신흥동 3가 7 철길 바로 앞에 자리한 ‘강인기름집’(대표·황인술)은 이 자리에서만 36년동안 기름을 짜왔다. 
‘참기름 들기름 미숫가루 고춧가루’라 써 있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름을 담을 병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바닥에는 둥그렇게 압축된 고체 덩어리가 널려있다.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이다. 세월의 더께를 말해주는 것인지, 기름때가 배인 것인지, 참기름과 들기름의 효능이 빼곡히 적힌 포스터가 누렇게 빛바래 있다.
황씨가 가장 큰 행복을 느낄때는 역시 일을 할 때다. 깨끗하게 씻은 깨를 달달 볶아 촘촘한 채에 거른 뒤, 압축기에 넣고 짜면 노란 참기름이 주르르 흘러내리면 꼭 가을철 곡식을 거둬들이는 기분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진 않지만 강인기름집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해 그는 매일같이 새벽 6시에 일어나 가게문을 열고 밤 9시가 돼야 일과를 마감한다.
요즘 하루에 생산하는 기름은 두서너 말 정도.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사료공장으로 보내진다.
“인천은 물론 수원에서도 옛날 분들은 우리 집을 모르는 분이 없어요.” 지금은 할인점 등에서 대량으로 싸게 파는 바람에 손님이 뜸한 편이지만 10년전 만해도 이 곳엔 단골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 곳에 있는 기름집들은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강인기름집의 자랑은 언제나 ‘새로운 깨’로 ‘새 기름’을 짜낸다는 점이다.
“중국산도 있지만 저희는 주로 국산을 많이 쓰고 있어요. 더 고소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죠.” ☎(032)882-2009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