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쌍꺼풀 수술이나 주름살 제거 등 미용성형이 각광을 받으면서 성형외과는 의사지망생들의 1순위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목숨을 끊는 이가 생길만큼 폐해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흔히 성형수술은 ‘예뻐지는(美)’ 수술로만 생각하게 되는데 원래는 ‘재건’수술이 주이다.
화상을 입어 손가락이 펴지지 않거나 피부에 탈수가 심할 경우 그리고 얼굴 뼈가 이상하거나 혹이 있어 다른 이들 앞에 나서기 힘든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황건 교수(44)는 턱얼굴외과(악안면외과, Maxillofacial Surgery) 전문의다.
턱얼굴외과는 선천성 기형외에 교통사고 또는 폭행 등으로 광대뼈나 턱뼈, 코뼈가 함몰되거나 부러지는 등 얼굴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학문으로 황 교수는 지난해에만 300회이상 수술을 집도했다.
황 교수는 “얼굴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는데 일부는 얼굴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며 “생활에 심한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한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를 거쳐 1992년부터 인하대병원에서 일해온 황 교수의 주종목은 해부학. 주 연구테마도 성형외과의 부작용을 막는 것.
서울대 은사였던 고 성기준 교수의 영향으로 해부학을 택했던 그는 1990년 추모논집 ‘어느 해부학 교수의 이야기’를 발간했고 쉼없이 연구하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황 교수는 1997년부터 국제학술지에만 39회 논문이 게재될 정도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중 2001년 세계적인 성형외과 학술지인 ‘The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에 안쪽중간 깨물근 동맥(dMMA)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연구결과를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dMMA는 쌍꺼풀 수술이나 주름살 제거 수술중 이 부위를 건드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곳. 이 논문은 지난해 대한미용성형외과 학회지에 번역, 게재돼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황 교수의 관심은 비단 ‘성형외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물론 의사들에게도 어렵기만한 한자어와 일본식 의학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데 열정을 바치고 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어려운 한자말과 영어를 남발하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함일 뿐”이라는 황 교수는 “그 것이 오히려 환자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92년 박사 논문을 쓰면서 생긴 이런 관심은 1997년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심의실무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본격화돼 다른 9명의 위원과 함께 의학용어집(4집) 발간작업을 시작, 지난해 뜻을 이뤘다.
가령 ‘비배부 심상성 좌창’은 ‘콧등 여드름’, ‘첩모난생증’은 ‘속눈썹증’으로 써야 일반인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의협 용어실무위원장을 맡은 그는 경찰청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알기쉬운 법의·부검 용어집’을 발간했다. 용어집은 현재 일선 경찰서 등에 비치돼 실무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공로로 황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공로패(2001년), 경찰청 감사장(2002년)을 받았고 틈틈히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얼굴기형 수술을 무료로 실시해 올해 장애인의 날에 인천시의회 의장상을 받았다.
또 세계적 발전을 선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의학 및 보건분야 전문의로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2003년판에 등재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성형외과를 지망하는 후배들이 ‘돈벌이’로만 생각해서는 올바로 성장할 수 없다”며 “성형외과의는 ‘칼든 정신과의사’라는 생각으로 얼굴을 내보이기 싫어하는 이 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후학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칭우기자> chingw@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