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균 yountea@chollian.net
 초등학교 교사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졸업앨범 제작업무를 심의하다가 느낀 점이 있어 몇 마디 하고자 한다. 본교는 지난 4년간 단골로 거래한 업체가 있었고 이 업체가 제작한 졸업앨범은 그 가격이 매년 10% 이상 상승하였다. 올해의 경우 작년 수준에서 약 45,000원의 예상가가 나왔다. 이에 본교 운영위원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학운위 산하에 졸업앨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적정가에 구입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기존 업체를 포함한 몇 개 업체에 연락하여 견적서를 비롯하여 제작실적 증명서 및 샘플 앨범 등 구비서류를 제출케 했고 심사 결과 2개의 업체를 학교 당국에 추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올해 45,000원은 받아야겠다던 기존 업체도 작년 앨범가에 못 미치는 38,000원을 견적가로 제시하였고 앨범의 품질과 제작 실적 면에서 뒤지지 않는 새로운 업체는 29,000원이란 저렴한 견적가를 제시하여 1위 추천을 받게 되었다. 결국 제한적인 공개 경쟁 조치만으로도 졸업앨범의 거품은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으며 학교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학교당국이나 교육청은 공개 입찰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들이 제기하는 덤핑이나 업체 도산 시 책임 소재의 문제는 신용사회의 다양한 안전장치로 막아낼 수 있는 사소한 문제다. 특히 교육청은 물품 구입의 책임은 교장이 지는 것이므로 학운위는 특정 업체를 선정할 수 없다는 식의 유권해석을 내려 자주적인 업체 선정 과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결국 불량 제품을 구입할 경우 책임을 교장에게 묻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책임 추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도 궁금할 뿐 더러 지금까지 변변한 시장 조사도 없이 고가에 수의 계약을 함으로써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방만하게 증가시킨 책임은 어떻게 추궁해 왔는지 되묻고 싶다.
 말로만 부패 척결이니 부조리 청산이니 하는 구호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학부모 경비 부담 사업에서 학운위의 시장 조사나 공개 입찰을 적극 권장, 의무화하고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과감히 일정 권한을 부여하는 개혁 조치만이 학교 행정의 투명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