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물 반찬은 외국식탁과 비교되어도 좋을 대표적인 것이다. 가짓수도 많으려니와 재료 역시 풍부하고 이상적이다. 사람이 먹을수 있는 것이면 이름모를 풀이든 뿌리든 그리고 나뭇잎과 채소등 나물의 재료로 되지 않을 것이 없을 정도이다.
 나물은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봄이면 양지에 돋아나는 야생의 달래나 냉이로 시작해서 여름에는 푸성귀를 무쳐 먹으며 지금은 별로 보이지 않으나 명아주와 질경이도 뜯어다 먹었다. 역시 여름에는 산나물이 흔하고 가을에는 농산물의 이파리를 데쳐 먹는다.
 그리고 정월보름에는 온갖 말린 나물들을 먹는다. 시래기나 호박 가지 따위이다. 또한 겨울이 풀리기 무섭게 입춘 무렵이면 산간에서 눈을 비집고 나온 새움을 절식으로 먹었다. 이런 봄나물은 겨우내 부족했기 쉬운 식물성의 섭취를 보충하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지혜였다. 여러해전 우리나라의 봄나물 연구차 내한했던 한 일본인 풍속학자는 우리 나물문화를 의식동원(醫食同源)의 식생활이라 말한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이같은 들나물까지도 야생의 것이 아닌 재배하여 내놓음으로서 계절의 감각을 무디게 한다. 비닐 온실에서 가꾸느라 천연의 맛이 덜하고 농약오염의 염려도 부과된다. 요즘 과수원의 과수 바닥에는 냉이가 지천으로 자라는데 지난해 농사때 농약의 집중적인 살포를 받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혹 그런것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을지 걱정스럽다.
 봄볕이 무르익는 요즘 교외 들판에 들나물을 뜯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자주 눈에 띈다. 개중에는 아기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도 보인다. 냉이도 쑥도 뜯으면서 자녀에게 생활교육을 시키는 봄을 캐는 모습에서 새댁의 알뜰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식생활 패턴이 달라진 오늘날 현대도시인들이 나물의 맛을 얼마나 느끼겠는지 궁금하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고 누웠어도 그속에 낙이 있다”던 격양가식 풍류도 “쓴나물 데운 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어”한 정철의 시심도 사라져 가는 시절이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