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장
 이라크전쟁이 끝나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쟁의 영향과 더불어 급성 중증호흡기 증후군인 사스(SARS)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대내외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석달동안 총 8억 4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적자 기조는 이라크전쟁에 따른 향후 국제유가 변동의 불확실성 증대 및 세계경기침체, 그리고 사스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한 동안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경기는 급격한 소비와 투자위축으로 크게 둔화되고 있고 물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지수가 ‘9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 졌고,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대에서 4%대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전망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안정된 모습으로 회복하기 위한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수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54.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50%가 넘는 우리 나라의 경우 세계경제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다면 그 충격은 실로 엄청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전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대장성 재무관을 역임한 사카키바라 게이오대학 교수는 전쟁이후 글로벌리즘은 후퇴하고 전세계 경제는 동시불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국가와 기업은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와 역량이 필요하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인 수출을 지속적으로 증대해 나가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공동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개도국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마케팅 강화 노력과 함께 신상품,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꾸준한 경영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주력 수출품목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부품소재 등 고부가가치산업의 수출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물류비 절감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등을 통해 생산요소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자무역 및 전시관련 무역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나감으로써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상품위주의 수출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성장동력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기존의 수출전략으로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비교우위요소를 활용해 물류, 관광, 금융 등 서비스무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수출상품을 더욱 고기술, 고부가가치화 해 나가는 이른바 ‘복합무역’ 전략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1세기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실현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정신을 되살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실현의 초석이 되는 수출진흥을 위해 다함께 지혜와 힘을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