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항 방역체계 확립하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방역체계는 너무 허술하다. 인천항만과 공항의 검역이 설문답변에 그치는 등 형식적이다. 사스는 지금 세계 30여개국에서 2천800여명의 환자가 발생, 확인된 사망자만도 8일 현재 104명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전문가들은 위험지역의 사스 감염이 진정추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에선 아직 사스 환자가 나타나지않았지만 당국의 허술한 방역태세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난 달 28일 인천공항을 거쳐간 대만인 환자에 대한 정보도 국가정보원에 의해 밝혀졌다. 함께 탔던 외국인 입국자 20여명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대만·홍콩 등 동남아 9개국의 베드민턴 선수137명이 인천공항에서 검역을 받지않은 채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스 위험지역인 중국·홍콩·대만과의 국제협조가 이뤄지지않아 정보에 어둡고 환자의 입국여부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일도 어렵다고 한다. 지난 달말 이후 사스 위험지역에서 인천항과 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사람이 적지않을 것으로 추측되나 소재파악이나 감염여부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항만과 공항의 검역이 검역질문서에 의존, 형식에 그치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스 발생진원지인 중국과 연결된 인천항의 8개 정기항로는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이용한다.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승객도 5만8천여명에 달한다. 철저한 방역체계 구축은 물론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완, 검역활동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스는 잠복기가 열흘이상 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적조사로 감염자 정보를 신속히 입수하려면 위험지역과의 국제공조를 굳게 다져야 한다. 사스는 아직 예방책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철저한 방역과 감염자 동향 및 상세한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사스만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위한 항만·공항의 총체적인 방역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