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시아 프리기아의 한 시골에 큰 늪이 있는 언덕에 사당 흔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보리수와 참나무가 한 뿌리에 붙어있는 이상한 나무이다. BC1세기 로마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의 전신부(轉身賦)에 이 나무에 관한 신화가 실려 있다고 한다.
 오랜 옛날 그 마을에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라는 가난한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사람으로 변신한 제우스가 이곳에 찾아왔다. 피곤한 길손은 이집저집 하룻밤 묵어갈 곳을 찾아 헤맸으나 부자들은 모두 외면하고 필레몬 부부가 맞아 정성껏 접대했다.
 제우스가 말했다. “나는 신이다. 괘씸한 이 마을을 멸할터이니 너희는 언덕으로 피하라” 잠시후 피신한 부부가 뒤를 보니 마을은 어느새 물에 잠겼고 자신의 오두막만 남았는데 순간 황금빛 사당으로 변했다. 마음씨 착한 사람은 구하고 악한 사람은 멸한다는 모티브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등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제우스는 늙은 부부에게 무엇이든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자신들은 사당의 제관이 되어 죽을때 한날 한시에 함께 죽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들 부부는 사당을 지키며 여생을 보냈다. 어느날 부부가 정담을 나누고 있을때 바우키스는 남편의 몸에서 나뭇잎이 돋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도 역시 잎이 돋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잘 가요”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는 중에 부부는 서서히 나무로 변하고 있었다. 뿌리가 하나인 이 보리수와 참나무는 서로 가지가 뒤엉켜 여름이면 알맞은 그늘을 만들어 생전에 그러했듯 나그네들이 쉬어 가게 해주었다. 나무의 신성함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설화이다.
 그런 나무들을 우리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베어낸다. 심심산천의 아름드리 늙은 나무도 그렇고 몇해가 아니 지난 가로수도 베어낸다. 도로를 내고 아파트를 짓는다며 빽빽히 나무 우거진 숲에 절개지를 만든다. 섬짓하게도 벌겋게 파헤친 백두대간을 TV는 고발한다.
 한그루 심기 보다 경외심으로 나무를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