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월가(Wall Street)가 있으면 인천에는 석바위 금융가가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섬 남쪽 끝에 있는 월가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로 뉴욕 주식거래소, 대형 증권사, 은행이 집중돼 있어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총본산이라 말할 수 있다.
 석바위 금융가를 월가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천만 한정해 볼 때 인천 월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석바위 사거리∼구 시민회관 사거리, 그 주변에 있는 금융기관만 해도 30여 개에 이른다. 한서·인성·에이스 상호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대우·삼성·현대증권, 신한은행, 대한·한국투신, 알리안츠 생명 등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을 이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천에는 크게 석바위와 동인천·부평지역 등 3곳의 금융가가 있다. 동인천지역이 가장 먼저 발달했고 다음이 석바위다. 최근에는 계산과 삼산 택지개발에 따른 도심의 팽창과 유동인구가 크게 늘면서 부평역 일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가가 형성됐다.
 일제시대부터 인천의 중심지였던 동인천은 예전의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인천시청이 옮겨가고 지역 내에 신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도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 인천지역 금융가로 각광 받고 있는 부평도 아직은 석바위 보다는 못미치고 있지만 성장 잠재성은 크다.
 그러면 석바위가 언제부터 대표적인 금융가가 됐을까. 이 지역이 본격적으로 금융기관들이 들어선 때는 1990년 이후라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이다.
 그 전에는 퇴출을 당한 경기은행과 신세기 투자신탁(전 한일투신), 한서상호저축은행, 인천투자금융 등 몇 개의 금융기관만이 존재했다.
 이후 인천시청 이전을 시작으로 구월택지개발지구와 남동공단 개발 등으로 하나둘씩 석바위 지역에 금융기관들이 들어섰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인천지점의 경우 1988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2층에 문을 열고 2년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김광식 지점장의 말이다. “남동공단이 조성됐지만 그 인근 지역의 발달이 안돼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석바위에 지점 등을 냈습니다. 특히 인천시청과 법원, 주안공단, 경기은행 본점이 가까이 있는 것도 큰 작용을 했습니다.”
 이런 호조건들이 석바위를 금융가로 만드는 초석이 된 것이다. 이 후 연쇄 반응으로 석바위는 금융기관들로 거리를 꽉 메웠다. 더욱이 이 금융기관들은 인천 내 다른 곳보다 규모나 내용 등에서 단단한 상태로 출발했다.
 석바위 금융가에서도 부침이 컸다. 그 시점은 IMF다. 갑작스럽게 닥친 IMF로 석바위 지역의 금융기관들은 하룻밤을 자고 나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인천투자금융에서 간판을 바꾼 쌍용종합금융, 고려증권과 동서증권 지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1998년 6월 경기은행, 동화은행들이 퇴출당하고 한미와 신한은행 등이 인수하면서 기존 지점들은 간판을 다시 달았다. 이런 모습을 본 해당 금융기관 직원들은 석바위 일대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토해냈다.
 한 동안 침체됐던 석바위 금융가는 얼마 되지 않아 활기를 찾았다. IT 등 벤처기업의 창업이 급증하고 코스닥 시장 진출이 늘면서 증권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기관이 석바위를 찾았다.
 그런데 이들 금융기관들이 들어온 곳은 퇴출당한 곳이 있던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동서증권 자리는 현대증권이, 쌍용종금은 제일투자증권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IMF 이후 신규 금융기관들이 진출했지만 그 전보다 숫자 등에서 적다는 것이 금융가의 설명이다.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많은 변화를 해온 석바위 금융가의 미래는 밝지는 않다. 인천의 경기가 IMF 이후에도 대우자동차 사태 등으로 호전되지 않고 있고, 인천 연고 소매, 유통업 등이 사라지면서 이를 대체한 서울 기업들 때문이다.
 인천에서 8년을 근무한 남재균 대한투자신탁증권 주안지점장은 “남동공단 업체들이 사정이 안 좋고 대형 할인점으로 자금이 서울 빠지면서 석바위 금융가에 돈이 회전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신도시가 본격 개발되면 경제 중심이 이 곳으로 이동하면서 앞으로 인천지역 금융지도도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석바위 금융가 인천금융 중심지 역할은 계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곳에 생겨나는 금융가의 역할이 있듯이 석바위도 그동안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성격을 지니고 미래 금융환경 변화를 맞는다는 것이다. <이현구기자> h1565@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