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주문화 바로잡아야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하고,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즉 술은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다”라고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말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퇴근 후 직장 선후배나 동료들과 어울려 술 한 잔 나누는 것으로 풀어가고 있다. 상하구조가 엄격하고 경직된 우리의 직장문화에서 부하 직원들은 술자리를 통해 평소 직장 상사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고충을 털어놓은 하의상달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퇴근 후 술자리는 동료 상하간의 벽을 허물고 우의를 다지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대외적인 업무로 처음 만났거나, 보다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하여 술 한잔 나누는 것은 인사치레 만큼 보편화된 일이다. 그래서인지 술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면 동료들의 비난과 원성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술은 사람들 사이를 친숙하게 만들며,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좋은 점도 많다. 술의 좋은 점에 비해 문제는 너무 많이 마시는 데 있다. 또한 접대 문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업과 연결되면 일의 본질보다도 술자리 자체에 더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음주문화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소위 ‘술치’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체질적으로 술 한잔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런 자리에서 내키지 않아도 억지로 마셔야만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요령을 탓할지도 모른다. 받은 술잔을 몰래 따라버리고 마신 척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련된 술자리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셈이다. 나는 ‘술이 만들어낸 우정은 술과 같이 하룻밤 사이에 효과가 없어진다’ 고 한 독일의 시인 로가우의 말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순수한 친교가 아닌 다른 목적을 이유로 마련된 술자리에서 다져진 우정은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노동부에서 업무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린 것으로 판단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접대문화에 내몰려 건강까지 해쳐가며 일하고 있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음주문화에 대한 폐해가 많음을 지적하고 성토하는 이들이 많음에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제 술자리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지나치게 마시는 습성과 하룻밤 몇 차례에 걸쳐 접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음주문화는 고쳐져야 한다. 아무리 좋다한들 어느 것이던 적당하면 좋은 약이 되지만, 과하면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바른 음주문화의 정착이 아쉽다. <이재명·광명시 철산1동 55-1 광복현대APT 106-5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