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빈 사회부장
천안 초등학교 합숙소 화재로 어린 꿈나무들이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꺾이는 대형사고가 또다시 터졌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온 국민의 가슴을 저미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인천시민들은 더욱 애절했다. 바로 4년전(1999년)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로 졸업을 앞둔 남·여 고교생 수십명이 숨지는 사건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도 단지 천안에서 터졌을 뿐 그 위험성은 합숙소를 갖고 있는 전국 모든 팀에 상존하고 있다. 운동부 합숙소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데다 일부의 경우 아예 창고건물등을 개조해 사용하는 바람에 건축물에 등록되지않아 소방점검조차 제대로 받지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참사는 성적 지상주의가 빚은 인재(人災)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시·도 교육청에서 운동선수 합숙소 관리지침을 긴급시달하는 등 부산을 떨고있다.그러나 성적지상주의의 학원스포츠가 구조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이런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합숙을 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대회성적=상급학교 진학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현실 때문이다. 1972년 마련된 교육법 시행령의 체육특기자 무시험 특별전형이 그것.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의 경우 시교육청이 합숙소로 인정하고 관리하는 곳은 초·중·고 25개교 27개소이다. 이들 시설은 최고급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는 인천지역 초·중·고 운동부가 남여 398개팀이 있으며 최소한 70개팀 이상이 합숙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학교관계자와 일선지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합숙소는 대개 학교옥상 가건물이나 창고를 개조해 사용하거나 컨테이너 박스로 이를 대신해 항상 위험을 가슴에 안고 생활하는 셈이다. 일부 합숙소의 경우 취사까지 하고 있다.
 소방본부와 소방서에서 1년에 한차례씩 학교 소방점검을 실시하지만 대체로 점검대상(400㎡이상)에 속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 아이들이 성적지상주의에 내몰리면서 큰대회등을 앞두고 합숙을 하고 있다. 또 스카우트를 통해 집에서 먼 학교를 다닐 수 밖에 없는 점도 합숙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도자들의 위상도 팀성적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 결국 합숙을 강요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성적을 내지못하면 바로 무능한 지도자란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1년동안 어떤대회에서 몇위를 차지했는가에 따라 A B C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런 엘리트 위주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천안참사같은 일은 언제 어디서 또다시 발생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이사고로 합숙을 하지않도록 지도점검을 한다고 하지만 몇개월이 흐르면 슬며시 고개를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도 합숙소의 부실에 모든 원인이 있음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학원스포츠 구조에 대한 수술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를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외양간 마저 태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사고만 나면 호떡집에 불만 것 마냥 수선만 떨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과 같이 반복되는 것 만큼은 막아야한다.
 그러나 사고 이후 기자에게 늘어논 한 현장지도자의 푸념이 지금껏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있다.
  “합숙을 시키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잠시나마 편안히 쉴 수 있는 락커룸같은 것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사고를 계기로 교육계와 체육계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믿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