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스포츠계 벼랑끝 위기

 88서울올림픽의 잉여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정부 기획예산위원회의 각종 기금 통폐합방침에 따라 공공기금으로 통합될 계획이어서 체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기획예산위는 최근 그동안 방만하게 관리돼 온 각종기금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민간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체육진흥기금을 청소년육성기금으로 흡수, 「체육청소년기금」으로 재편할 계획이어서 IMF사태 이후 위축된 국내 스포츠계가 더욱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88년 서울올림픽 잉여금 3천5백21억원을 원금으로 출발, 지난해 연말 현재 6천5백여억원이 조성된 체육진흥기금은 정부기금과는 다른 것으로 대한체육회(KSC)와 각 가맹경기단체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해 왔는데 기획예산위 방침대로 통합될 경우 스포츠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는 경제위기 이후 스포츠에 대한 재벌기업들의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체육진흥기금 마저 공공기금으로 뺏어간다면 국내 체육의 내일은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시드니올림픽에서 종합 10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도 수정해야 할 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연합〉

 경기단체 관계자들이 기금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대체로 네가지.

 우선 체육진흥기금이 서울올림픽당시 TV방영권료 2천2백47억원, 성금 및 기부금 2천4백16억원 등 3천5백여억원으로 출발해 이자수입과 부가금, 광고, 복권사업으로 기금이 조성돼 정부의 출연금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잉여금으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산하에재단을 설립해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또 체육진흥기금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스포츠발전 등에 국한돼 청소년업무지원과는 큰 차이가 있어 체육진흥기금 재원확보에 따른 명분도 약해지고 경기단체지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공공기금으로 전환될 경우 정부 예산에 버금할 정도로 기금운영이 경직, 스포츠활동에 대한 자율성과 탄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스포츠의 대부분 예산은 80% 이상이 체육진흥기금에서 조달되고있고 미국 등 선진국 정부의 스포츠재정부담비율도 민간에서 조달하고있다.

 이밖에도 경제난으로 각 경기단체가 재정난에 허덕여 체육진흥기금 조성재원 조차 줄어들 경우 일부 군소종목은 그동안 어렵사리 유지해온 경기력마저 상실, 빈사상태에 도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