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여성 중용> 손미경 정치2부장
 여성부가 지난해 5월부터 여성공익 사이트 ‘위민넷(women-net.net)’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상담서비스 ‘사이버 멘토링’이 올해부터 확대운영된다고 한다. ‘사이버 멘토링’은 여성 ‘선배’(멘토)와 ‘후배’(멘티)가 짝이 되어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의사소통 시스템이다.
 멘토링이란 용어는 옛날 희랍신화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이다. 옛날 오딧세이가 트로이로 전쟁을 나가기 위해서 자신에게 가장 친한 친구 멘토(mentor)에게 자신의 아들의 교육을 맡기고 갔다. 멘토는 오딧세이의 아들을 선생, 친구, 또는 부모처럼 키웠다. 10년이 넘어서야 오딧세이는 다시 돌아왔고, 그때 자신의 아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멘토라는 이름은 ‘훌륭한 선생’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그래서 멘토가 오딧세이의 아들에게 한 그 교육의 모습을 멘토링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첫 청와대 및 내각의 주요 자리에 여성들이 앉은 것을 보며 ‘멘토링’이 떠올랐다. 선후배가 1대 1로 마주앉아 직접 교육을 했거나 지혜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앞서 그 자리를 거쳤던 여성들의 발자취가 간접적이긴 하나 후발 여성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내각을 포함해 청와대 비서실 주요 포스트에 포진한 여성은 모두 10명. 강금실 법무, 김화중 보건복지, 한명숙 환경, 지은희 여성부장관과 비서실의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송경희 대변인, 황덕남 법무비서관, 김현미 국내언론1비서관, 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 이지현 외신담당 대변인 등이다.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 보다 각료와 비서실에서 각각 2명씩 늘어난 숫자다.
 이번 조각에 대해 노 대통령의 ‘양성평등원칙’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지만, 선발 여성들이 디딤돌이 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성과(물론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청와대 출입으로 한 정부의 마지막 4개월여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지만, 정치적 색채여부를 떠나 같은 성(性)인 박선숙 공보수석(대변인)과 박금옥 총무비서관의 활동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더 뿌듯했다. ‘겉으로는 온유하지만 속에는 철심이 들어있다’ ‘자신이 맡은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다’ ‘자금과 사람에 관한 일을 다루는 자리임에도 워낙 꼿꼿하고 책임감이 강해 부정적 평가를 들은 적이 없다.’ 작게는 인천에서 여고를 졸업한 선배(박 비서관, 인일여고)요, 이웃 경기도에서 성장한 선배(박 대변인, 포천)이자 크게는 청와대에서 활동한 여성 선배인 이들에 대한 평가는 깐깐하다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꽤 긍정적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재신임을 받아 환경부로 자리를 옮겨앉은 한명숙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강한 여성우대정책에 의해 탄생한 여성부를 짧은 기간이지만 명실공히 성평등 지킴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중심인 이 나라에서 여성들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여러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선숙 공보수석은 사적인 자리에서 “올해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지난 5년여간 아들이 자는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귀가하기 일쑤여서 거의 돌봐주지 못했다. 인근에 사시는 이모님 내외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 털어놓곤 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의 어려움을 이겨낸 그가 있었기에, ‘청와대 안살림을 총책임지는 막중한 일은 역대로 남성들이 해왔는데 과연 여자가 할 수 있을까’하는 초기의 우려를 싹 씻어낼 만큼 월등한 실력을 발휘한 여성이 있었기에 새 정부는 망설임없이 요직에 여성들을 앉힐 수 있었을 것이다.
 “여성 각료가 늘어나고 청와대에 여성 수석·보좌관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비록 수는 적었지만 주요 자리의 여성들이 공무원이나 남성들에 휘둘리지 않고 무난히 일을 해냈다는 평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참여정부에서 특히 법무 등 비중있는 부처에 여성을 임명한 것을 거론하며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폄하를 거두고, 남녀 동등한 선에서 평가해 기용하고 그들이 그 자리에서 잘해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손미경 기자> mimi@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