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 자
 
 야사(野史)속에는 측자와 파자(破字)에 얽힌 얘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은 대체로 도참사상(圖讖思想)과 관련지어졌거나, 닥쳐올 일에 대한 예언을 은연중에 전파하려는 방법 또는 정변(政變)이나 혁명을 일으키기 전 이미 하늘이 정한 불가피한 것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이도록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민심을 동요시키는 수단으로 조작하여 의도적으로 유포한 예도 있었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얘기로는 이씨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얘기일 것이다.
 이성계가 건국하기전의 일이다. 하루는 허름한 행색으로 개성장터를 지나는데 골목 어귀에 초라한 늙은이 하나가 측자점판을 벌려 놓고 있다가 이성계를 보더니 굳이 점을 쳐주겠다고 자청하는지라 신분을 숨긴채 못이기는척 ‘問’자를 짚고 늙은이를 쳐다보니 늙은이가 짐짓 놀라는 듯 하더니 “나으리께선 필시 한 나라의 군왕이 되실 것입니다.”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옆에서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던 거지가 잽싸게 끼어들어 이성계가 짚었던 ‘問’자를 짚고 점을 쳐달라하니 늙은이가 혀를 끌끌차며 “문문(門門) 개구(開口)이니 네 놈은 문전걸식하는 거렁뱅이다.”하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놀라 달아나 버렸다.
 하도 괴이한지라 이성계가 후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려 했으나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것이라는 말을 남긴채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러한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측자란 나름대로의 이치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측자에 관한 문헌을 보면 문점자(問占字)가 글자를 짚는 순간의 모든 사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표정이라든가, 자세, 글자를 짚는 부위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아 판별하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쉽게 해석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파자란 정감록이나 비결전집같은 곳에 많이 등장하는데 무언가 시사성 있는 말을 은밀히 감추어둘 목적으로 파자법을 썼기 때문에 미신이라거나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학자도 아니고 파자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파자(破字) 운운하려니 왠지 부끄럽다. 다음; 덕담 www.yejiyeon.com ☎(032)867-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