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동 경제부장
 요즘 지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경제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하반기 부터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측 불허의 상황들이 여기 저기서 터지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기업인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IMF 외환 위기의 깊은 터널을 벗어나 완만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장미 빛 전망들이 곳곳에서 쏟아졌었다.
  세계적으로 IT(정보기술)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되는 가운데도 국내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 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6∼7%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도 잠시 하반기 들어 상황은 급반전 하기 시작했다.
 이 때 부터 국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내·외 불안 요소들은 기업인들에게 완만한 경제성장은 커녕 앞으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우선 미국-이라크간 전쟁 발발설만 해도 분명 우리 경제의 커다란 걸림목이 되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가운데 수출중심의 산업정책으로 경제를 꾸려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유가 및 금 값 인상, 수출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의 침체 등을 불러와 하루라도 빨리 회복기에 들어가야 할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또 지난 연말쯤 갑자기 불거져 나 온 북핵문제는 어떤가?
 현재 북핵문제는 당시 극과 극으로 치닫던 상황이 다소 누그러져 대화쪽으로 선회, 이해당사국간에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 등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서둘러야 하는 국내 경제상황에서는 애가 타는 일이다.
 이 문제와 국내 일부 계층에서 일고 있는 반미(反美) 움직임으로 지난 20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 실사에 나서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의 경제환경을 어둡게하고 있는 이들 대외적인 문제와 더불어 국내 경제여건도 기업인들에게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및 가계대출억제 정책에 따른 내수경기 위축, 원화 강세 지속으로 인한 수출 채산성 악화 등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같은 경제 현실은 기업인들로 하여금 당연히 투자계획을 머뭇거리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럴 때 일 수록 현실을 두려워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5∼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준비경영’에 나설 줄 것을 기업인들에게 바라고 싶다.
 최근 일본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1월21일자) 실린 삼성전자와 관련된 기사 내용이 언뜻 뇌리를 스치게 한다.
 이 잡지는 작년 세계적인 IT 불황속에서도 무려 7조5천억원의 순익을 달성, 세계 최고의 기업 대열에 오른 삼성전자를 소개하면서 ‘제일주의’, ‘신경영’을 바탕으로 질적인 경영체계를 구축, 미래를 내다보는 ‘준비경영’이 성공의 원천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경제 주간지가 소개한 삼성전자 뿐 만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의 CEO들은 이러한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많은 기업들이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리라 본다.
 최근 정부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예측한 경기 선행치를 보면 올 2/4분기 부터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가 하반기 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불확실성은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인 상황으로 21세기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지역에서 우리의 처지는 지경학적(地經學的)으로 고도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 경제대국인 일본 사이의 넛크래커(호두깍기 속의 호두) 상황으로 늘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인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은 예기치 않는 경제 불확실성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으로 이에 대비한 ‘준비경영’을 하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