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인사에 거는 기대
  정치부장 김영재

 조선 21대 임금인 영조(英祖)의 치적 가운데 하나가 탕평책(蕩平策)이다. 탕평책은 영조가 즉위하면서 붕당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시행한 인사정책이다. 당쟁을 해소하고 당파간 정치세력에 균형을 꾀한 불편부당의 정책이었다.
당시 정국은 노론과 소론, 남인과 소북 등 파벌로 나뉘어져 각종 정쟁과 옥사가 끊이지 않은 혼란한 상황이었다. 영조는 이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으며 이로 인해 임금에 즉위하자마자 이같은 폐단을 없애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탕평책이 처음 시도된 것은 영조의 선조인 숙종 때부터였다. 그러나 숙종의 탕평책은 파벌중심의 정국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묻혀졌다.
이어 영조가 등극을 하면서 붕당의 폐해를 하교하게 됐다. 이 또한 노론과 소론의 파쟁으로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영조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탕평정국은 빛을 발하게 된다.
영조는 초기 탕평의 인사정책으로 쌍거호대(雙擧互對) 방식을 취했다. 재능에 관계없이 당시 파벌의 중심인 노론과 소론을 고르게 등용한 것이다.
영조는 이어 탕평정국이 본궤도에 오르자 이의 정착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시키는 정책으로 변환을 시도한다. 이같은 영조의 적극적인 탕평책은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영조의 탕평책은 유능한 인사를 적재적소에 기용한 것도 하나의 큰 이유였으나 급격히 실추된 왕권을 회복하는 것이 큰 목적이었다.
지난해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당선자는 이후 국정인수팀을 만들어 정권인수를 벌여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노 당선자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인사정책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처음으로 공직자에게 다면평가제를 도입했다.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기존의 파벌, 측근에 의한 폐단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인사정책을 선보인 것이다.
노 당선자는 또 인사정책의 한 방향으로 국민참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제안센터를 마련해 국민이 직접 인사와 정책에 참여토록 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정권의 핵심권력인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키로 했으며 차기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는 정당에 총리임명권을 주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노 당선자가 인사정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노 당선자의 인사정책은 바로 영조의 탕평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등용한다는 목적도 있으나 영조가 실추된 왕권을 회복키 위해 시도한 것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이후 많은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통령으로 당선은 됐으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야당의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당내에서는 정치개혁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신·구파간 갈등 표출과 정치개혁의 흐름과 맞물려 자신의 정치세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노 당선자의 여러가지 인사정책은 지역구도에 따른 편중인사와 지난 정권들의 인사정책의 실패를 바로잡으려는 의중이 담아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새로운 인사정책의 메커니즘은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지역·계층·이념·세대간 갈등을 극복,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국정수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표방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이번 자신의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노 당선자의 국정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국민들의 희망과 국민들이 보여준 힘이 발휘될 수 있는 탕평인사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