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로 문화부장

 2003년은 21세기 첫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는 해로 우리의 정치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예상을 뛰어넘어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새 정부가 또다른 ‘감동의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내적으로 무엇보다 정치의 후진성부터 타파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대다수의 주민이 손가락질하는 데도 아랑곳않고 지역감정에 기대어, 부패의 사슬에 얽매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여 양심을 저버리며, 민심을 외면하고 그다지도 국민의 속을 썩여온 정치행태의 타파말이다. 국민들은 이제 상식과 민의에 벗어난 정치적 술수에 더이상 속거나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의 한쪽에 ‘분권화’란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상징된 지방분권화의 과제 역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정치개혁 및 정치발전의 현안으로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식을 줄 모르는 화두가 될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6월4일 지방선거 경남군수 지원유세에서 “집권하면 행정입법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 지방자치단체가 경쟁력 있는 기업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마음대로 줄 수 있도록 하는 등 행정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구체적이고 알맹이 있는 분권 약속들을 조심스레 꺼내왔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 전개되면서 민주당은 ‘자율과 분권의 지방화’를 일련의 대선공약 중 위쪽에 비중있게 올려놓았다.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해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자치단체 이양 △국세의 지방세 이양 확대 △지방교부세의 법정 교부율 상향 조정 △지방대학육성지원법 제정을 통한 지방대 경쟁력 강화 및 대학서열화 완화 △공공부문 ‘인재지방할당제’ 도입 △지방자치단체 권한 및 자율성 확대와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 △지자체 정책결정에 대한 주민투표법 제정 △전국 시·도지사회의 상설화 등이 그것이다. ‘공약답게’ 그간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지방에 인재와 재원, 결정권’을 요구하며 설득력 있게 제기해온 주장의 큰 덩어리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공약은 더 나아가 서울, 인천, 경기지역은 금융, 최첨단 미래산업, 물류 등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하며 이들 지역에서의 기업여건도 개선하겠다고 했으며 자치경찰제를 도입, 지역주민 중심의 경찰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구체적 일정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지방민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공약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진지한 자세와 발언들이다.
 이제 오히려 걱정이 되는 것은 분권화의 대세를 받아들일 지방의 역량이다. 과연 인천지역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풀뿌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분권을 실현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가. 도덕적 열정과 여기서 나오는 희생과 봉사정신은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 주민과 행정가, 기업, 대학, 정당, NGO, 언론 등 지역의 구성원들간 네트워크와 수평적 협력시스템은 얼마만큼 구축하고 있는가.
 그래서 그 속에서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역적 비전이 제시되고 있는가.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얼마나 주민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얼마만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인천은 급속한 팽창과 확대를 거치며 다양성과 잡종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라고도 하며 국적과 지역성이 타파되는 화해와 융합의 도시라고도 한다. 이럴수록 인천의 리더십은 중요하며 지역발전에 더욱 심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인천의 지도자들은 인천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의제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끌어낼 것인가. 또 주민들의 소망들을 어떻게 엮어내 광역시 인천의 도시발전을 기획하고 한편으로 화합의 지역공동체를 이룰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형식적 지방자치에서 ‘권한을 가진 실질적 지방자치’로 이해되는 지방분권의 시대로 이행(移行)하는 길목, 2003년의 벽두에 서서 지역의 리더십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