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는 인간의 죄를 어린양에게 대신 지워 광야로 놓아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이지 방면이 아니었다. 그곳은 맹수가 기다리는 황무지여서 목자없이 생존이 불가능했다. 이것이 희생양 즉 스케이프 고트였다. 세례 요한은 예수를 가리켜 ‘세상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했다. 예수가 곧 세상죄를 짊어진 속죄양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유대인들은 양의 피를 내어 제물로 바쳤다. 때문에 예루살렘 성전 뜰은 짐승을 사고팔며 환전하느라 혼란, 예수께서 상인들을 몰아낸 적도 있었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AD 65년 예루살렘에서 희생된 양의 수가 25만마리였다. 그해 유월절에 예루살렘으로 몰려온 유대인을 보고한 문서에 그렇게 기록되었다는 것인데 당시 열 사람에 양 한 마리꼴이었다.
 양의 가축화는 중동에서 시작되었다. 양은 고기는 물론 젖과 기름 그리고 털을 의복과 천막으로 제공했다. 그 역사는 8,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BC 3,000년경에는 이집트에서 투르크에 이르기까지 확산된다. 이것이 북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중국에도 미쳤다. 우리나라에 이르지 못한 것은 농경과 유목사회를 구분짓는 특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같은 동양권의 중국은 양문화의 흔적이 성하다. 한자의 양(羊)은 양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뿔 두개와 다리 꼬리가 달린 형국이다. 12지의 짐승으로 여섯번째에 올라 그 지위를 뽑낸다. 중국인들은 양을 효의 상징으로 여긴다. 속담에 ‘양도 무릎을 꿇고 어미의 은혜를 안다’고 했는데 새끼양이 젖을 빨 때 무릎을 꿇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양으로 인한 고사성어도 많다. 망양보뢰(亡羊保牢)는 양을 잃어버린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십양구목(十羊九牧)은 백성보다 관리가 많다는 뜻이며 약한 지휘관이 강한 사병을 통솔할 때 사양장랑(使羊將狼)이라고 한다. 망양득우(亡羊得牛)니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니 하는 말도 있다.
 오늘은 2003년1월1일-양의 해 계미(癸未)가 시작되는 날이다. 잠시나마 양의 희생 효심 순종을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