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巫俗)을 선택한 여자.
 
 사람은 한계사항에 도달하면 그 사람이 현명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다. 우매한 사람은 무작정 주위 사람을 탓하며 자포자기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고통스러울지라도 사태를 냉철하게 판단하여 용수철처럼 뛰어오르는 도약대를 스스로 마련한다. 고통중에 자기 자신을 진실로 발견했다는 P의 얘기가 생각난다.
 72년 10월24일 자시생으로 서울 변두리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초년을 보내다 스무서넷에 결혼하여 택시 운전을 하는 남편과 가난하지만 그럭저럭 행복한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20대 후반에 들어서자 갑자기 몸에 통증이 시작되더니 간헐적으로 마비가 왔다. 병원마다 돌아다녀보아도 특별한 진단없이 신경성으로만 나왔다. 그러자 남편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끝내 이혼을 요구해 왔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강원도 일대를 방황하며 배회하다 마침 필자도 한달간 휴가를 내어 깊은 산중에서 공부를 하던 차에 그곳에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갑목(甲木)이 10월생으로 지지(地支)에 물천지를 이루면 나무가 부목(浮木)되어 물 위에 떠있는 상이 된다. 거기다 한 점의 불기운(火)도 없다면 이는 얼어죽기 일보 직전으로 살기가 척박하고 박복함을 나타내므로 P의 사주같은 경우가 수목응결(水木凝結)이다. 수목응결이란 물과 나무가 빙판처럼 얼어붙어 수족에 마비가 오고 또한 음기(鬼神)가 동하여 무속인 사주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다.
 “혹시 꿈을 자주 꾸지 않아?”
 “맞아요. 이상하게 불꿈을 자주 꾸고 이상한 현상이 눈앞에서 어른거려 가끔 식은땀이 나기도 해요.” 불꿈은 영화(靈火)라 해서 이른바 신병(神病)을 뜻한다. 젊은 그녀에게 차마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아, “좌절이란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되는 거야. 인생의 전기는 어떠한 좌절 속에서 비로소 그 박차를 가하게 되고 그 이후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게 돼.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생명을 위해 열심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구.” 지쳐있는 그녀에게 어쭙잖은 용기의 말을 해주고 잊었는데, 2년만에 P가 조금은 편안해진 모습으로 다시 찾았다. 자신을 극한의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게 하고 보니 무속도 자신에게 선택된 길이라면 선택해야 한다는 용기가 제일 먼저 필자를 찾게 했다고.
 다음은 ‘이름은 불러야 효력이 있다’ www.yejiyeon.com ☎(032)867-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