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정치부장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제16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일이 밝았다. 지난달 27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22일간의 공식선거전에 들어간 각 당 후보들은 치열한 선거전을 모두 끝내고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선택을 기다리는 후보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후보들은 그러나 모두 ‘진인사대천명’하는 평상심으로 돌아가 오늘 자정이면 드러날 국민들의 선택을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공식선거전이 벌어진 이후 상대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일삼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비방과 흑색선전은 그동안의 선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정부의 관권선거도 사라졌다. 특히 정치권의 고질적인 해결과제였던 지역분할 구도도 어느 정도 희석됐으며 후보간 이념과 정책 대결이 펼쳐져 공정한 선거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선출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 도입과 후보단일화 성사는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이어 선거전에서 보여준 TV토론 등 미디어 선거의 정착과 사이버 유세 등은 이번 선거를 새로운 정치문화와 유세문화로 변화시켜 놓은 선거로도 기록되게 할 것이다.
 이같은 정치문화의 변화에 이제 응답을 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제하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 중의 하나이다. 아무리 정치문화와 유세문화가 변화를 한다고 해도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과 참여가 없는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늘 투표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휴일을 맞아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고 겨울 스키행을 잡아 놓는 등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가는 휴가가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와 비견될 수 있는 것인지 반성이 요구된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국정을 운영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나라의 운명과 장래가 좌우될 수도 있으며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모두가 자신이 판단하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포기하는 것도 유권자의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할 후보가 없더라도, 권리의 포기도 하나의 의사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투표를 포기하는 것으로 국민의 권리를 내세울 수는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라도 유권자의 선택은 반드시 행사를 돼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 정치의 앞날을 걱정하며 비판을 하곤한다. 그러나 참여없는 비판과 나라의 장래와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권리를 남에게 의존하고 맡기는 것으로는 이러한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자신의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을 통해 투표에 참여해야만이 달라지고 있는 정치권의 변화를 더욱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하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역사적인 선거의 새 아침이 찾아왔다. 여행을 떠나려고 한 사람들도, 선거 당일인 현재까지도 후보자를 정하지 못해 투표를 포기하려는 사람들도, 바쁜 일과로 인해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신의 행동이 우리의 정치를 뒷걸음질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다시 국가의 명운을 남에게 맡길 것인지, 나라의 장래와 후손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현명한 판단과 선택으로 올바른 주권행사에 참여하자. 이 아침 가벼운 발걸음으로 투표장으로 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