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성어가 된 진시황 사후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황제의 유언을 조작하여 권력을 쥔 환관 조고는 2세 황제를 더욱 우매하게 하느라 사슴을 선물하면서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신하들은 잠자코 있거나 비위를 맞추느라 그렇다고 맞장구쳤다. 혹 사슴이라고 옳은 말을 한 사람은 뒷날 모두 죽임을 당했다. ‘지록위마’는 옳지 못함을 위력으로 옳다고 강요하는 모략을 이를 때 쓰인다.
 사슴은 우제목에 속하는 동물이다. 우제목이란 짝수의 발굽을 가진 짐승을 말하는데 성질이 양순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동북아 민족들에게는 성수로 여기는 신화도 있다. 우리도 사슴이라고 하면 선뜻 ‘나무꾼과 선녀’를 떠올릴 만큼 다른 짐승과 달리 친밀한 향수적 정서를 갖는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의 노천명의 시구를 암송할 정도이다.
 그런 사슴에게 있어 대표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수사슴의 뿔이다. 연륜이 갈수록 커지고 가짓수도 늘어나는데 사슴의 유일한 무기요 발정기에 암사슴을 차지하려 싸울 때 사용된다. 서로 뿔을 부딛치며 싸우는데서 ‘각축전’이란 말이 나왔다. 이것이 녹용이며 강장제라는 믿음에 유혹되어 밀수의 주요 품목이 되기도 한다. 신라금관의 出(출)자형 장식은 실은 사슴뿔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청동기와 토기의 조각이나 동굴의 벽화 암각화로 나타나 사슴이 아득한 옛날 신성한 동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사슴은 원래 사냥감으로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동물이었다.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니라 수백수천씩 설원을 달리는 풍요의 대상이었다. 사슴으로 인한 식량의 확보는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음을 의미했다. 한반도에 이주해 오기 이전 대륙 벌판의 사슴 숭상이 주술행위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부천시 춘의동에 자리한 어린이 동물원에 두마리의 흰 사슴이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원래 흰색은 길조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흰 사슴이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 생기는 것으로 여겼었다. 예부터 흰색을 숭상해온 흔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