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를 가면 풍속이 바뀐다’. 중국의 석학 린위탕(林語堂)의 말은 중국의 문화를 단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중국을 샅샅이 바로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 같습니다.
 중국대륙을 이해하고 중국인을 알려면 먼저 그들의 민속과 언어에 얽힌 사연들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96년 중국 심양요녕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한 바 있었는데 6년만에 다시 천진남개대학에서 3주 과정의 국외연수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그 과정의 중국생활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중국을 알기 시작한 것은 역시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출발한 것으로 봅니다. 중국어라면 한어(漢語)를 뜻하지만 55개 소수민족을 안고 있는 그들의 생활은 다양하며 제각기 다른 민족의 특징에 따라 자기 언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회족이나 만주족은 언어생활에 있어서 한족화(漢族化)한 셈이지요. 한어는 크게 북방어(北方語), 소주어(蘇州語), 광동어(廣東語), 복건어(福建語), 객가어(客家語) 등 5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북방어는 한족의 70%가 쓰고 있어 북방어를 바탕으로 한 말이 표준어 보통어(普通語)라고 합니다. 한자의 총수는 약 6만자로 이중 상용으로 쓰이는 한자는 2천5백자, 거기다 준상용 한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연수한 언어는 한어표준구어(漢語標準口語)입니다. 즉 현대 중국어의 입말인 셈입니다. 국내에서 배운 언어를 현지 어언문화원에서 반복학습으로 활용해 보는 기회로 만족해 볼 뿐입니다. 고작 서로 인사하기, 식사하기, 물건사기, 길묻기, 전화걸기 등 사실상 이것이 전부인 셈입니다.
 다만 국내에서 배운 언어가 현지에서 통용될까 하는 의구심을 실전에서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점이 소득이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체험을 통한 중국 알기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중국의 실상을 바로 아는 데부터 출발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92년 8월24일 중국과 수교 이후 우리는 수없이 대륙을 왕래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을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중국인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속속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연예인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인인 제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쩔쩔매고 대화에 곤혹을 치르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럼 제가 체험한 사회주의 중국은 무엇일까요. 중국 이데올로기, 그들의 이념은 사회주의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그 이념을 이미 희석시켜버린 지 오랜 듯하였습니다. 제가 중국생활에서 느낀 중국 사회주의 이념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방대한 나라 국토, 인구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수단일 것입니다.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인다는 시장사회주의(市場社會主義)라는 덩샤오핑(登小平)의 말은 모순일 겁니다. 오늘의 중국은 사회·자본(社會·資本) 두개의 비빔밥격인 ‘중국특색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義)’라고 중국 공산당 정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중국인과 대화를 통해 질문을 제기했을 때 중국식 사회주의를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은 이념이나 정치에 대한 질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경제 즉, 돈벌이 얘기만 나오면 눈에 불똥을 튀기며 너무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중국인들이라고 할까요?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21세기 중국의 세계 1위 부상을 꿈꾸며 돌진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우리는 21세기 문턱에서 경제에 국경이 없는 세계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중국을 바로 알고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여 ‘중국통(中國通)’이 되어 차분하게 중국을 공략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중국을 있는 그대로 알고 판단은 그후에 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와 중국은 시대적, 세계적으로 절체절명의 시기에 서있고 지리적으로 밀접한 숙명적 관계에 놓여있어 싫건 좋건 우리는 13억 중국인과 공존관계에 있다고 볼 때 중국을 외면하고 세계화, 국제화는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시 공무원이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고사성어를 읊고 낭만을 즐기거나 중국문학을 연구하여 학자가 되기 위한 것은 당연 아닐 것입니다. 주어진 신분으로 오로지 중국을 향한 소신을 갖고 일선에 뛰어들어 일을 하고 싶어서 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중국 교류사업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중국통, 이 말은 ‘중국을 충분히 안다’는 뜻입니다. 즉 현지 중국통이 되는 게 꿈이요, 희망이요, 우리가 반드시 성취할 과제일 것입니다.
 일일이 열거하진 못했지만 3개월간의 중국 언어연수 중 듣고, 보고, 체험한 사실들을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끝으로 외국어 전문과정 연수를 도와주신 구청장님 그리고 인천시교육원장님과 교육 관계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현대·인천시 서구청 검단출장소 건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