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도시를 더욱 삭막하게 하는 게 방음벽이다. 도로변의 아파트나 학교는 영락없이 볼품없는 방음벽으로 높다랗게 가려있다. 방음벽을 세움으로써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을 차단한다는 것인데 그러고 보면 방음벽은 도시 복판만이 아니다. 교외의 고속도로나 철도변에도 부락이 있는 곳이면 모처럼의 나들이길 시야를 막는다.
 방음벽은 공기를 매체로 전파하는 소리를 벽으로 차단하는 이치이다. 소리가 발생하는 곳과 듣는 사람 사이에 벽이 있으면 음파는 벽을 넘느라 이동거리가 길어져 소리의 크기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때문에 방음벽의 효과는 분명하여 설치 전후의 소음을 측정해 보면 월등하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음벽은 음을 막거나 흡수할 수 있는 특수자재로 만들어진다. 지금 시중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알루미늄의 금속제인데 소리의 흡수형과 반사형이 있다. 그러나 표준화되지 않아 방음효과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의 어려움으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벽의 높이를 더욱 높여야 하며 여러 겹으로 설치하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환경부는 방음벽의 자재를 KS규격품으로 의무화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리고 벽의 높이나 길이의 규정, 친환경적인 방음벽의 설치 등을 권장하는 내용의 성능 및 설치기준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투명한 벽면과 벽화그리기, 나무심기 등으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데도 도시경관을 고려치 않은 채 일률적이다.
 한 집계로는 현재 전국의 방음벽이 3천6백개소로 830㎞에 달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설치 5년 이내이지만 10년 이상도 150개소로 전체의 4.5%이며 5년 이상 10년 이내가 1천3백개소이다. 내구시한이 규정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머지않아 노후시설도 속속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최근 과천에서 방음벽의 설치를 놓고 논란이 있다. 소음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미관저해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는 보도이다. 도로의 생명은 달리는 데에만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