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긴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일본에 가르쳐 주었다고 하지만 ‘신연극’은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1920년대, 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치하던 시대에 도쿄에서 유학했던 학생들이 그들보다 먼저 유럽의 서양연극을 도입한 일본 연극인들에게서 배워 우리나라에 소개한 것이다. 그후 6·25 전쟁통에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이 태어났고 인천에는 일찍이 60년대에 시립교향악단이, 80년대에는 시립무용단과 합창단이, 90년 7월1일에는 시립극단이 창단되었다.
 인천시립극단 창단 이후 경기도립극단 등 전국에 13개의 시·도립 극단들이 창단되었는데, 최근 수년간 국립극장과 서울시립예술단이 이상적인 예술단 운영을 위한 체제개편을 시도하고 있거나 체제개편을 준비중인 단체가 늘고 있는 추세이므로 국·공립 예술단들이 발전을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예술단 체제개편 작업은 IMF 이후 극장과 단체 운영에 경제논리가 적용되면서 시작된 것이지만 각 단체별 내부상황은 지역의 특성과 단원들의 자질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겠으며, 올해의 두드러진 이슈는 전국의 국·공립 예술단들이 1년 혹은 2년의 단원 재위촉을 결정하기 위해 실시해 오던 평가방법(근태, 단체기여도, 실기오디션, 면접 등)의 개선 요구이다. 대개의 예술단들이 예술단내의 관현악, 합창, 무용, 연극, 국악 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시켜 놓은 평가방법 및 예술단 관련 법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면에서는 개선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어야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며 그것도 시급히 선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연극은 방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품에서 요구하는 표현방식이 다르므로 단체가 표방하는 뚜렷한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우선은 ‘한국의 연극’을 할 것인지 ‘서양의 연극’을 할 것인지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양쪽을 다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연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다양한 계층의 시민에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하기 위해 양쪽을 다 하고자 한다면 프로덕션 시스템을 도입하여 상임단원 없이 영화 제작방법처럼, 또는 예술의 전당처럼 작품별 계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공립극단의 역할에 비중을 두어 ‘한국의 연극’을 표방한다면 한국 전통연희의 기능을 가진 단원을 확보해야만 한국 전통연희를 기본으로 하여 시대에 맞는 글로벌 센스를 입힌 새롭고 다양한 한국연극의 창조가 가능하고 ‘서양연극’을 표방한다면 서양의 전통연희 기능을 가진 단원을 확보해야 영국의 로열시어터컴퍼니처럼 셰익스피어 연극을 레퍼토리로 상설할 것인지, 뮤지컬을 할 것인지, 대사만 있는 사실주의 연극을 할 것인지 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단체가 표방하는 것이 ‘시민의 정서 함양을 위한…’ 등으로 막연한 설립취지 정도이고 이미 짜여져 있는 구성원은 뮤지컬을 하고 싶은 사람,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고 싶은 사람, 창극을 하고 싶은 사람, 악극을 하고 싶은 사람, 춤도 노래도 안되니까 대사연극만을 하고 싶은 사람, 진취적인 실험극을 하고 싶은 사람 등등이 한두명씩 골고루 섞여 있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극단을 포함하여 인천시립예술단 문제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진위야 어떻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 이즈음 현안을 피하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며 발전을 위해 아픈 속내를 언급하였다.
 평가제도 등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려니와 설립취지 등을 다시 검토하고 나아갈 방향을 뚜렷이 하기 위한 시급하고도 과감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