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동 벽돌창고들, 아트타운(가칭 藝村) 조성에 대하여
최 정숙 해반 갤러리 관장
 인천은 구한말 안타깝게도 일본의 외압에 의해 강제로 개항이 되면서 조그만 어촌이던 제물포항에 열강의 세력들이 앞다투어 들어오게 되었다. 응봉산(현 자유공원 일대) 자락 아래로 만국지계가 형성되면서 서구식 근대건축물이 세워지고, 청관이 형성되고, 부둣가에는 곡물이나 물자를 보관하던 창고들이 아주 많이 생겨나 최근까지 인천의 항만 하역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초석을 제공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지역들이 구 도심화되고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창고들 또한 효용성이 없어져 중구는 어두침침한 경관에 오랫동안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과 인천의 역사적 산물들을 연구, 보존하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문화예술인들, 특히 인천 문화의 복원을 꿈꾸는 시민들은 침체되어 있는 개항기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인천의 독특한 분위기를 그대로 갖고 있는 부둣가 벽돌창고를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바람을 가져왔었다.
 다행히 시 도시계획 차원에서 중구를 관광자원화하고 차이나타운 활성화 계획이 추진되면서 해안동 1가 10의1 일원(2천28평) 벽돌 창고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안이 새 민선시장 취임후 8월말께 보도되었다. 시가 문화복지를 위해 부족한 문화시설을 설계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러한 프로젝트가 시 예산을 일단 따고 보자는 식에서 충분한 여론과 검토없이 일선의 시 공무원들만의 제안서로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의 좋은 의견이 시정책에 수렴이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시설과 공간이 그럴 듯하게 만들어졌어도 그것을 운영하는 체계와 프로그램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그에 대한 선례와 자료수집을 통하여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다양하게 참고해야 한다.
 선진의 국가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기능과 문화기반 시설에 역점을 두고 옛 건물이며 그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여 도시 전체가 자연친화적이면서 예술적으로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인데 유명한 명소도 많지만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센터 등의 미술관이 파리 문화관광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중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오를레앙행 기차역과 호텔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하여 주로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리모델링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루어진 모범사례는 외국에 아주 많다. 파리 근교의 병기창을 고쳐 화가들의 작업장으로 제공한다거나 런던에서는 화력발전소를 개수하여 ‘테이트 모던 현대 미술관’으로 바꾸어 명성을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항구도시들이 ‘수변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로리 센터’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와 운하로 연결된 샐퍼드 부두지역이 70년대부터 화물의 컨테이너화와 산업구조가 변화되면서 독크가 폐쇄되었다. 그러자 시의회가 부지를 매입해 80년대말 아트센터 건립 계획을 세워 오페라극장, 현대미술관, 쇼핑센터, 예술교육센터, 멀티플렉스 상영관, 수영장 등의 거대한 문화·레저타운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로리 센터뿐 아니다.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 미라이’(항구의 미래)21, 캐나다의 토론토 ‘하버프런트 센터’ 등 전망대, 레스토랑 등과 결합한 문화·레저타운은 전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모두가 공업단지가 첨단 문화산업 기지로 변신한 것이다. 토론토 하버프런트 센터에도 창고를 개조해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무료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워터 프런트는 친구나 가족동반으로 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겨지게 하지 않을까?
 우리 인천도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월미도와 독크시설 개방, 해안동 일대 창고 미술관 및 스튜디오 등의 아트타운 연계 계획은 얼마든지 인천을 살맛나게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계획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