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요즘은 밤낮 가리지 않고 서생원(鼠生員)이 설쳐대는 꼴이어서 심기가 불편하다.
 핫이슈로 등장한 도청사건은 정가 밀담뿐 아니라 휴대전화 영역조차 예외가 아니어서 급기야 ‘도청예방 10계명’까지 나도니 이 모두가 세태를 반영하는 단면이리라.
 도청(盜聽)하면 뭐니뭐니해도 세계가 떠들썩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우선 떠오르기 마련이다.
 1972년 6월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측근 그룹이 야당 당사에 도청장치를 꾸미려다 발각된 이 추문은 그로 하여금 임기중 사임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겼다.
 우리에게 도청사건이 일깨운 교훈은 정적(政敵)을 향한 불법 정보활동이 유권자로 하여금 불신을 불러일으켜 예기했던 소득보다 오히려 실이 크리라는 점이다.
 방금 이해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본질은 긴가 민가 차원을 넘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누구의 손을 빌려 광범위하게 이뤄져왔는가를 유예없이 가려야할 단계에 와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감청장비 제조 판매업체는 휴대전화 도청장비의 경우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의 사용자 증명이 있어야 판매할 수 있다하기에 더욱 헷갈릴 수밖에.
 무릇 옛 선비는 의롭지 않은 말을 들을 양이면 돌아와 귀를 씻었다던데 지금은 남의 말 엿듣기에 그치지 않고 녹음까지 챙기니 이보다 더한 사생활 침해가 어디 있겠는가 함이다. 도둑 맞으면 잠시나마 아쉬운 기분으로 그칠지 모르나 속내를 깡그리 벗긴 후유증은 두고두고 떠나지 않기에 도청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파렴치 행위다.
 한편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엄청난 도청정보의 제보자가 과연 어떤 인물인가 함이니 불의를 보고 묵과 않는 것은 정의로운 고발정신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대선 시기를 택해 터뜨렸는가에 음습한 밀고자의 뉘앙스를 풍긴다면 나만의 편견이라 할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 임기말 레임덕이 심할수록 새로운 권력세력에 아첨해 정부가 지닌 ‘범죄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요로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하기야 행위의 순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사회 병소(病巢)를 도려내는 계기가 될 제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함이 마땅하기는 하다만.
 앞서 화두로 돌아가면 이제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지도 어언 30년을 넘긴다. 아직 그 당시의 제보자 신분이 베일 속에 싸인 그대로인 것은 비호세력이 없는 한 상상조차 못할 일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문득 이와 관련한 표현으로 미국에서조차 내부 고발자의 신분을 좋지 않은 인상에다 비유함인지 ‘딥 스로트(Deep throat)라 하였으니.
 사전을 뒤졌더니 ‘깊은 목구멍’이라는 어의. -딥 키스(Deep kiss)가 ‘혀 키스’임을 감안하면 이 낱말이 풍기는 비속한 뜻은 되뇌기조차 낯뜨거운 짓을 일컬음이기에 책을 덮었다.
 과연 한국판 ‘딥 스로트’의 정체가 드러날 것인지, 아니면 저간의 그것처럼 단순한 폭로전술로 떠들다 사그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도청이란 정치 이해당사자의 전략적 차원이 아닌 양심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말하고 주장할 기본적 자유이기에 이를 훼손당할 수 없다는 논리다.
 폐일언하고 오늘도 선남선녀들은 눈뜨기가 바쁘게 휴대전화에 매달려 있다. 마주알 고주알 나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밑두리 콧두리 남의 흠을 캐내는 도청도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나 이는 일종의 ‘관증음(觀淫症)의 일맥상통하니 어디선가 이어 넘보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남의 속마음 염탐하는 행위가 쥐새끼와 한통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