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의 대명사처럼 된 고양시 일산은 원래 고양군 중면이었다. 1914년 부군면 통폐합 때 군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해서 중면이라 했던 곳이다. 그러던 것을 지난 80년 읍으로 승격할 때 읍의 소재지 일산리의 이름을 따서 일산읍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고양시의 분구 추진과 관련, 일산이라는 일제 때 지명 사용에 따른 논란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즉 고양시문화재 전문위원 정동일씨에 의하면 1914년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을 일본식 체제로 바꾸면서 이른바 ‘조선의 창지개명’을 단행했는데 이때 일산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하긴 87년 발간한 ‘고양군지’나 91년의 ‘고양군지명유래집’ 등에도 일산이라는 지명이 일제에 의한 이름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1905년 경의선 부설 때 일산역 일대의 새로운 행정구역 명칭을 일산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비록 일산이라는 이름을 고봉산을 연유로 했으면서도 이를 비하하여 칭한 것이라고 한다. 고봉산은 행주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의 격전지로서 우리식 이름은 ‘한뫼’ ‘한산’이며 ‘큰 산’ ‘높은 산’을 뜻한다. 오늘날 ‘고양’이란 지명도 고봉산의 ‘고’와 덕양산의 ‘양’을 합친 이름이다.
 이렇듯 우리의 땅이름은 유래가 분명하고 순수한 우리말의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그런 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은 중국의 영향이 본격화한 신라통일 이후요 36년간의 일제하에서 혹독하게 수모를 당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혼과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그들식대로 마구잡이로 바꾸었다.
 그러나 광복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일제의 지명이 바뀌지 않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일산이라는 지명이 일제의 잔재였다면 진작 소멸시켰어야 할 이름이다. 그런데도 읍승격이나 구설정 때 고유지명을 되찾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사실 능허대자도 지난 90년대 신도시 형성 때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제의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양시를 3개구로 분구한다고 하거니와 우리의 옛 지명 부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