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사회 가계책임인가
신용카드 부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수가 3개월째 계속 늘어 사상최대인 2백52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이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카드사·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부실고객 퇴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신용불량자는 앞으로 더 양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카드빚으로 인해 강·절도사건과 자살·이혼 등 가정 파탄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신용불량자 급증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0월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2백52만8천9백45명으로 지난 9월말에 비해 7만3천8백18명이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신용카드사의 평균연체율이 지난 10월말 현재 10.4%로 전월보다 1.2%포인트나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개인신용불량자 양산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카드사들의 회원확보를 위한 무리한 경쟁에서 빚어진 결과임은 틀림없다. 이에 따라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불량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부산을 떨면서 서민들만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카드 부실은 카드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담이 더 커짐으로써 자칫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가계대출의 부실화로 우리 경제가 제2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경고하고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이제라도 카드발급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가계대출부실은 가계만의 책임이 아니다. 개인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마구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책임이 더 크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1차적으로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고 은행들이 앞다퉈 가계대출로 돈을 풀어 부실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가계상황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더욱이 가계대출 억제와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내년 경기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가계대출의 지나친 억제책이 오히려 역작용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더불어 가계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