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점

 국내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중소기업의 전무인 K여사에 관한 이야기다.
몇년 전, 그 회사의 간부 중에 필자와 가까운 친구가 있어서 전무인 K여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업무적인 일로 시내에 나갔다가 그 회사 근처를 지나게 되어 잠시 들렀던 것인데, 마침 퇴근시간이었다. 한참만에 만난 친구와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마침 외출중이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전무인 K여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우리 전무님이니 인사드려”하는 말에 꾸벅 인사를 하고 그를 따라 전무실로 함께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전무는 50대 후반의 자신감 넘치는 여장부 같은 상으로 무척 활달해 보였는데, 그의 입술에 거무칙칙한 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K여사에 관해서는 잊고 있었는데, 지난해 그 여사가 작고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직 젊고 건강한 분이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내용을 전해듣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바로 그 입술점에서 발단이 됐기 때문이었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듯이 “전무님 입술에 뭐가 묻으셨는데요”라는 말을 듣게 되어 활달한 성품임에도 그것에 관해 꽤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여사는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수술로 없앨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점을 제거해 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6개월쯤 지나자 수술부위가 가렵기 시작해 수술한 성형외과에 문의했더니,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증상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에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다. 대학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피부암이 심해진 상태였고, 수술을 두차례 했음에도 암은 전이되어 끝내 숨지고 말았다. 향년 65세.
원래 상서에는 입을 수구라 하여 60대의 운명을 주관하는 연령부위라 하였다. 필자의 견해로는 얼굴이나 신체에 있는 점들은 신체의 중앙부분에 가까울수록, 크기가 클수록, 색이 진할수록 운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또한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들, 예를 들자면 수명·자손·배우자·질병·재산 등을 주관하는 부위별의 영향력은 매우 크므로, 얼굴의 그 연령부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함부로 고쳐서 안됨을 K여사를 통해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