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노동자 <오순부>를 아십니까?
김성복 목사(KNCC 인천지역 인권위원회 위원장)
일찍 찾아 온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자신을 해고했던 회사 앞에 텐트를 쳐 놓고 복직을 요
구하는 한 노인네가 있다. 이름하여 -오순부. 그는 지금 부평시민모임의 대표임과 동시에
인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23개 단체가 참여하는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의 대표이
기도 하다. 이러한 시민운동가인 그가 지난 9월 27일부터 지금까지 왕년에 자신이 다녔던
대우중공업, 오늘의 대우종합기계 앞에서 22년전에 내려진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복직을 요
구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 대우중공업에서는 어용노조를 몰아내기 위한 노조원들의 투쟁이 힘차게 진행되었
었다. 그러던 중 당시 군부독재정권은 포고령 1호 1항 및 8항 계엄포고 10호 2항 가호 및
라호를 앞세워 회사와 합작으로 1980년 7월 28일 해고조치 하였던 것이다. 22년이 지난 지
금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고 민주화운
동으로 해직된 것을 인정하는 결정문을 보내왔다. 이에 의거하여 오순부는 1980년 해고는
원인무효로 소멸되는 것으로 복직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국가에서 인정한 명예회복
이므로 회사도 당연히 그 당시 본인의 해고에 대하여 사과와 더불어 복직시켜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환갑을 넘기고, 정년을 넘긴 나이에 복직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순부는 오늘 복직하고 내일 퇴임식을 할 것인즉 복직 조치를 단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명예적 측면이 강한 것이다. 또 오순부는 그 동안 해고로 인하여 하청회사에
근무하며 생긴 손해 부분을 마땅히 받아야 함에도 이를 전혀 불문에 붙일 것을 말하고 있
다. 단지 하루만이라도 복직되었다가 퇴직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오순부는 "왜 복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호소문에서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인간
중심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노동운동에 대한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투쟁"이라고 말하면
서 두 번 다시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전례를 깨뜨려 직장내의 평화와 안
정을 찾아주기 위한 투쟁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노동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있다. 그는 '명예롭게 대우중공업에서 퇴직하였다'는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러한 불행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아니된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세계회의 물결 속에서, 극단의 경쟁 논리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갈수록 땅에 떨어지고 오직 경제 논리만이 숭앙받는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 오순부의 '어리석은 투쟁'은 상징하는 바가 너무도 크다. 그의 투쟁은 단순히
경제적 실익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인간과 자본의 대결에 그가 서있다. 인간의 존엄성, 노
동자의 자존심은 오늘과 같은 상황 속에서 한갓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
는 모든 경영인들에게 깊은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종합기계에서는 단 하루라도 복직은 절대로 안 되며 공로패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
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아쉽다. 회사측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으면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사건은 회사의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를 슬기롭게 매
듭짓고 새시대를 열어가는 회사 이미지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노동문제도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이다.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제
하에서도. 필자 연락처:011-328-9920 e-mail: ksbock@korea.com